SK이노 자회사 SK종합화학, '고배당 잔치'에 가려진 재무위험성
최근 3년간 1조1000억원이 넘는 투자와 높은 배당 성향
모회사 SK이노베이션 투자 목적으로 올 1분기에 7000억원 배당
최근 신용등급전망도 '부정적'…하향 조정 가능성 높아
공개 2020-06-22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16: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 주력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모회사에 대한 통근 배당 잔치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익창출 규모가 줄고 있는 SK종합화학은 최근 3년간 1조1000억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배당금 지출이 커지며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무 부담 탓에 최근 SK종합화학에 대한 신용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종합화학은 올해 1분기 9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2조4587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79억원) 대비 19.1%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은 11조8547억원, 영업이익은 458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2%, 31.4%씩 줄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SK종합화학은 최근 실적 악화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의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업다각화 측면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SK종합화학은 프랑스 폴리머 업계 1위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3억3500만유로(약 4392억원)에 아르케마 폴리머 사업 자산 인수를 발표한 지 8개월여 만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 마무리로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라며 "글로벌 고부가 소재 회사로 딥 체인지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잇따른 투자 행보는 양날의 칼이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측면과 함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앞서 SK종합화학은 2017년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의 EAA(에틸렌 아크릴산)와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부문을 4767억원에, 2019년 중국 내 정유업체(우한분공사)를 1890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3년간 1조1000억원이 넘는 공격적 투자가 이어진 셈이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대규모 투자와 함께 주목할 점은 SK종합화학의 높은 배당 성향이다.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인 만큼 배당금은 고스란히 모회사로 흘러 들어간다. SK종합화학은 배당금으로 2018년 8000억원, 2019년에는 5500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인 328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SK종합화학은 1862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전환한 2020년 1분기에도 7000억원의 고배당을 실시하며 모회사는 SK종합화학의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금액을 꾸준히 배당으로 챙겼다. 
 
석유화학 업종의 실적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9.8GWh 규모 배터리 1공장을 건설 중인 가운데 9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제2공장을 건설한다. 작년 말 완공한 중국 창저우 공장과 헝가리 코마롬 공장이 본격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 투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치열한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자금이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SK종합화학의 고배당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에만 2조원(연결 기준 1조7752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1962년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원유 가격 폭락의 여파로 보인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등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을 감안하면 SK종합화학의 높은 배당성향은 중단기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는 회사의 중단기 현금흐름 및 차입부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SK종합화학은 올해 1분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배당금으로 7000억원이 잡히면서 -123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현금흐름도 -771억원이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고배당으로 인해 SK종합화학의 부채비율은 갈수록 상승하고 재무안정성은 저하되고 있다. 2016년 49.3%로 내려갔던 부채비율은 해마다 증가해 2019년 63.7%까지 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96.6%로 100%에 근접했다.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2016년 0.9%에서 2019년 8.7%로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22.7%까지 치솟았다. 총차입금/EBITDA 수치 역시 1~2배에서 -12.4배로 나타났다. 
 
이 수석연구원은 "다만 회사의 양호한 현금창출능력을 감안할 때 회사의 차입부담 등 재무안정성은 현 수준 내외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 국면이다. 석유화학 분야 역시 실적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적 반등보다 하락을 대비한 보수적 경영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종합화학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약 6개월간의 매출감소 상황을 가정할 때, 올해와 내년 평균 매출규모는 전년 대비 약 7% 내외 감소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5% 내외의 감소율을 나타낼 전망이다.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올해와 내년 평균 매출규모 는 전년 대비 약 13% 내외의 감소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종합화학은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와 수직계열화 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재무 안정성이 단기적으로 저하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큰 사업 환경 속에서 실적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와 배당에 대한 자금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종합화학은 신용등급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현재 'AA'인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이달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SK종합화학은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수급 부진에 따라 영업실적이 점차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주력 제품인 PX에 대한 중국 내 현지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해 중장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 사업 인수 및 배당금 관련 자금소요로 인해 확대된 재무부담 등을 감안했다"라고 설명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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