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백옵션에 떠는 이마트…부채 부담 느는데 '속수무책'
이마트, 투자금 유치했지만 일정 요건 충족 못 시키면 헛수고
차입금 관리 못해 신용등급 강등된 상황에서 부담 커질 듯
공개 2020-03-04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10: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재무여력이 없는 이마트가 온라인몰 쓱닷컴(SSG닷컴)의 실적 부진에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사모펀드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체결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 탓에 이를 다시 토해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의 대주주인 이마트는 유통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다 대규모 투자를 예고해둔 상황에서 차입금으로 인한 부담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어 풋백옵션 족쇄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8일 증권가와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SSG닷컴은 지난해 4분기 362억원가량의 적자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으로는 8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이마트의 온라인사업부(SSG닷컴)가 적극적인 가격 프로모션을 지속한 데 따라 4분기 362억원, 연간으로는 819억원 규모의 적자를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의 온라인 사업부를 분할한 뒤 합병시킨 온라인몰이다. 지난해 10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약 7000억원을 투자 받았고 2022년까지 동일한 투자자로부터 3000억원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는 외부 투자자와 매수청구권 계약을 맺어뒀는데 이 때문에 이마트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SG닷컴의 투자자인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가 특정 조건에 한해 이마트와 신세계를 상대로 소유한 주식 전부를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투자자들은 2023년까지 SSG닷컴이 총매출(GMV) 요건이나 기업공개(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2024년 5월부터 주식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외부 투자자들이 앞으로 3000억원가량을 추가로 출자하게 된다면 향후 이마트가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더욱 커질 수 있다. 
 
SSG닷컴의 총매출 요건이 세부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국내 온라인 유통업황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SSG닷컴이 이른 시일 내에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명훈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이마트가 자회사인 SSG닷컴 사업과 관련해 쇼핑 등 여타 유통채널과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다른 온라인 채널로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라며 "고객 기반 유지를 위한 가격경쟁 및 판촉비용 부담 등이 커져 영업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마트의 차입금이 2019년 한 해 동안 6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부분은 아니다. 외부 투자자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과 관련해 이마트가 부채로 잡아둔 규모는 3816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트가 앞으로 투자를 지속해서 늘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차입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마트는 온라인몰, 해외유통업, 복합쇼핑몰 등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2020년에도 자본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의 차입금 역시 2020년 7조5000억~8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소비 감소와 경쟁 심화로 인해 이마트의 어려운 영업환경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다"라며 "이마트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5배를 웃도는 점을 감안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SSG닷컴의 기업가치상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이마트로서는 SSG닷컴의 실적을 개선해 총매출 요건 또는 기업공개 요건을 만족시킬 가능성을 높여 조금이라도 차입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자기자본 매입 의무에 따라 금융부채로 3816억원을 잡아둔 것은 금융상품 기준서에 따라 자본에서 부채로 재분류된 금액"이라며 "매수청구권 관련 요건을 달성하게 되어 지분을 매입할 의무가 없어질 경우 부채에서 자본으로 다시 분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SG닷컴이 꾸준히 매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는 SSG닷컴 등을 통해 온라인 매출 비중과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라며 "SSG닷컴은 1월과 2월 매출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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