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매출 보장' CJ씨푸드…내부거래에 추락하는 경쟁력
CJ제일제당에 매출 80% 이상 의존
자체 영업망 활용·연구개발 투자는 미흡
공개 2019-11-27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1일 19:1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CJ씨푸드(011150)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모회사인 CJ제일제당(097950)에서 발생하고 있어 자체 경쟁력 확보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같이 지나치게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기업의 경쟁력 하락과 성장 한계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삼호어묵으로 유명한 CJ씨푸드는 1976년 3월 설립돼 어묵, 맛살, 유부 등을 생산 판매하는 수산업 가공 산업을 주력하는 회사다. 지난 2006년 CJ계열로 편입했으며 9월 말 기준 CJ제일제당이 지분 46.26%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닐슨에 따르면 CJ씨푸드는 2018년 말 기준 어묵 시장에서는 점유율 41.7%로 사조대림(003960)(29.8%), 동원F&B(049770)(8.2%)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맛살 시장에서는 사조대림(45.3%), 한성기업(003680)(27.4%)의 뒤를 이어 12.7%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CJ씨프드 실적 현황.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산업 가공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CJ씨푸드의 성장은 정체돼 있다.
 
과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016년 1737억원, 2017년 1646억원, 2018년 1507억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수익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업이익은 2016년 58억원, 2017년 65억원으로 개선됐으나 2018년 41억원으로 20억원 이상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을 봐도 매출액은 10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가,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36.4% 줄었다.
 
이는 CJ제일제당의 판매 네트워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CJ씨푸드의 사업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CJ씨푸드의 상품 판매경로는 할인점·체인점·CVS·대리점 등에 공급되는 B2C가 76%, 단체급식·특판처 등에 제공되는 B2B가 19.3%, 일본·미국·러시아·중국·유럽 등으로의 수출이 4.7%로 구성돼 있다.
 
이중 B2C 판매와 수출은 CJ제일제당의 영업망을 통해 이뤄진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CJ씨푸드의 CJ제일제당 관련 매출은 93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5.2%다. 작년 81.7%, 2017년 83% 등 꾸준히 80% 이상을 넘겨왔다.
 
다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제재 대상 계열사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비율(상장사 30%·비상장사 20%)을 넘어야 하는데, CJ씨푸드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도 총수 일가 지분이 30%가 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피했다.  
 
CJ씨푸드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CJ제일제당 46.26%, CJ주식회사 40.94%, 이재현 CJ회장 0.43%, 손경식 회장 0.03% 등 총수 일가 지분이 1%가 채 되지 않는다.   
 
경쟁력 확보 위한 노력 부족
 
안정적인 판매처가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연간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모회사가 보장해 주면서 CJ씨푸드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 매년 연말 CJ제일제당과 다음연도 상품공급계약을 체결한다. 2016년 12월 말 1595억원, 2017년 12월 말 1605억원, 2018년 12월 말 1574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맺은 공급계약의 금액만 알면 다음해 CJ씨푸드의 연간 매출액이 예상 가능하다.
 
CJ씨푸드 주요 매출처.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자체 영업망을 활용하는 비중 확대는 더디다. 전체판매 경로에서 B2B 판매경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5.1%에서 2017년 22.3%, 2018년 23.1%까지 늘어났지만 올해 3분기에는 다시 19.3%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씨푸드는 글로벌 진출 강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라며 “이를 통해 모회사의 매출 의존도를 자연스럽게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진출 역시 모회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현재 CJ씨푸드의 수출은 CJ제일제당의 영업망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공략을 위해 어묵과 맛살 이외의 제품 개발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자체 식품연구소 없이 CJ제일제당의 식품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신제품을 연구한다. CJ씨푸드는 식품개발 분담금 명목으로 매년 매출액 대비 0.2% 내외를 지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회사가 매출 대부분을 책임져주는 만큼, 현상 유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할 것”이라며 “이런 경영 방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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