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도금강판 수입량 증가…시장 점유율 확대열연강판 나비효과·국산 보호 장치 부재에 수입 확대 가능성과거 스테인리스 반덤핑 부과 후 국내 산업 보호 효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컬러·도금강판(이하 도금강판) 제조사
동국씨엠(460850)이 중국산 도금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추진하면서 인용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국씨엠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수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내수 실적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반덤핑 관세와 같은 보호 수단이 없다면 동국씨엠 등 도금강판 제조사들은 생산량이 줄며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도금강판 시장은 저가 수입재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었다. 도금강판은 건설, 가전 등 다수 산업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보호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국씨엠 부산공장(사진=동국씨엠)
중국산 도금강판 수입 급증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매년 중국산 컬러 및 도금강판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컬러강판 수입량은 지난해 20만3000톤으로 2023년(20만4000톤)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등 도금강판의 수입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냉연강판과 아연도강판은 도금강판의 한 종류로 동국씨엠이 해당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냉연강판은 총 60만7000톤으로 직전연도(49만6000톤)보다 22.4% 증가했다. 아연도금강판은 지난해 128만5000톤이 수입되며 전년대비 수입량이 7.1% 늘었다. 기타도금강판의 수입량도 같은 기간 26만5000톤에서 39만7000톤으로 49.8% 뛰는 등 도금강판 제품 전반의 수입량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도금강판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냉연강판의 내수 판매량(416만2000톤) 대비 중국산 냉연강판 수입물량은 14.6%를 차지했다. 2023년(11.3%)보다 중국산 냉연강판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산 아연도금강판은 국내 판매량(492만2000톤)의 26.1%가 지난해 수입되며 직전연도(22.4%)보다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수입량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산 도금강판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도금강판은 국산보다 1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의 도금강판 수입량이 늘면서 국산 도금강판의 가격을 끌어내렸다. 이에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제조원가 증가와 맞물려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웠다. 또한 중국산 도금강판은 낮은 인건비 등을 무기로 국내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산 철강의 유입을 막기 위해 무역 장벽을 세웠지만, 우리나라는 도금강판 등 시장 규모가 큰 철강 제품에 대한 무역 보호 장치가 부재해 수입량 증가를 부채질했다.
앞으로 중국으로부터 도금강판 수입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열연강판을 간단하게 가공한 후 도금강판으로 바꿔 국내로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덤핑 관세 부과 움직임이 있는 열연강판과 달리 도금강판은 현재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수출이 용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낮은 가격에 도금강판이 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국내 도금강판 업체들의 피해는 더 커진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관세가 적용된 철강제품이 간단한 가공을 거친 후 관세를 피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지난 2022년 중국산 H형강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에서 H형강에 철판을 용접해 이를 철 구조물로 신고해 수출해 관세를 회피한 바 있다. 수입 후 용접 부분을 제거하면 온전한 H형강으로 쓸 수 있다. 철강업계도 도금강판에 유사한 사례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이은 철강 보호 조치…도금강판도 적용될까
27일 동국씨엠은 중국산 도금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 제소를 하기로 결정했다. 동국씨엠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반덤핑 규제 효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제소 신청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동국씨엠은 지난해 4분기 매출 5062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 3분기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흑자 전환은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린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동국씨엠의 내수 건축용 도금강판 사업의 영업이익은 직전연도 대비 84% 감소했고, 건축용 컬러강판의 영업이익은 24%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중국산 철강 제품으로부터 국내 철강산업의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 카드를 빼 드는 모습이다. 과거 상대적으로 생산량 비중이 작은 스테인리스강 등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으나, 최근은 생산량이 많은 후판 등으로 점차 주요 품목으로 보호 대상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재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도 반덤핑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철강 산업 전반에 대한 보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도금강판도 반덤핑 관세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도금강판이 다른 산업과 연관성이 깊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반덤핑 관세 부과 시 산업 보호의 효과도 클 것이라 보고 있다. 도금강판은 건축재,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의 공급망 역할을 한다. 저가 공세가 지속되어 국산 도금강판 생산량이 줄어들면 그 영향은 관련 업계로 퍼져나간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도금강판이 시장을 잠식할 경우 공급망의 종속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반덤핑 관세로 국내 철강업계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9월부터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스테인리스압연강판의 2022년 수입량은 13만1000톤에서 지난해 8만9000톤으로 줄었다. 같은 시기 국내 스테인리스압연강판의 내수 판매량은 42만6000톤에서 36만4000톤으로 줄었지만, 국산의 시장 점유율은 70%에서 76%로 상승했다.
동국제강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도금강판 철강 최종재에 통상 대응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돼 반덤핑 제소를 추진하게 됐다”라며 반덤핑 제소 추진 배경을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