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웨이브일렉트로(095270)가 연구비를 자산으로 회계 처리해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한 것이 밝혀져 임원에게 해임 권고 조치와 과징금이 내려질 전망이다. 웨이브일렉트로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발생한 연구비가 무형자산 인식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으로 처리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임원에게 엄정한 조치가 내려진 만큼 사측은 추후 내부 감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웨이브일렉트로 생산본부 (사진=카카오맵)
27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웨이브일렉트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무형자산 인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연구비를 자산으로 회계처리해 자기자본과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비 등 과대계상된 금액은 상당하다. 지난 2014년 30억원, 2015년 101억원, 2016년 201억원, 2017년 282억원, 2018년 286억원, 2019년 219억원으로 6년간 총 1119억원에 달한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담당임원에 대해 면직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조치를 내렸다. 회사와 회사 관계자에 대한 과징금 부가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무형자산 회계처리 기준에 따르면 연구비 등 개발비가 무형자산으로 인식되려면 우선 독립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 자산이라 식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또 기업이 해당 자산의 사용과 경제적 효익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건은 해당 자산이 매출 증가와 원가 절감 등 실질적 경제적 효익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무형자산을 창출하기 위한 지출은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연구 단계와 달리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비용은 자산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다만,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6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화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6가지 조건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사용 또는 판매 의도, 완성 능력, 미래 경제적 효익 창출 가능성, 자원 확보, 측정 가능성 등이 있다. 해당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경우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도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발생한 지출은 모두 연구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웨이브일렉트로의 경우 연구비에 대해 무형자산 인식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해당 연구비를 비용으로 처리해야 했으나 자산으로 회계 처리해 문제가 됐다. 웨이브일렉트로는 유무선 통신장비 외에도 유도무기용 신호처리장치 등 방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신제품 개발에 많은 비용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일렉트로뿐만이 아니라 스타트업, 제약·바이오, 소프트웨어 업종 등 연구·개발 활동이 많은 경우 무형자산 인식기준을 확인하기 까다롭다는 점을 악용해 비용에 계상돼야 할 개발비를 자산으로 계상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개발비가 모두 손상으로 잡힐 경우 영업비용이 확대돼 실적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에도
셀트리온(068270)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R&D)를 자산으로 처리해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한편, 사측은 회계투명성 제고와 내부감시장치를 강화해 추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계처리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