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연금보험 '뭉칫돈' 확보…유동성 방어 성공
일시납 판매로 지난해 초회보험료 크게 증가
CSM 환산 배수 플러스…이익계약 분류 평가
공개 2025-02-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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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생명보험 업계가 지난해 연금보험을 적극 판매하면서 유동성을 대거 끌어모았다. 연금보험은 저축성보험 성격의 일시납 형태로, 현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리가 한참 높았던 때는 이차 역마진 문제가 있었지만 지난해 판매에서는 관련 부담도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초회보험료 대폭 증가…일시납으로 현금 유입
 
24일 생명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17개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11월 기준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로 총 13조3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9개사 합계는 9조5131억원이다. 지난해에만 37.0%(3조5194억원) 증가한 셈이다.
 
보험사 개별 규모로는 ▲한화생명(088350) 3조7998억원 ▲교보생명 2조5185억원 ▲삼성생명(032830) 2조1928억원 ▲NH농협생명 1조8175억원 ▲ABL생명 8627억원 ▲푸본현대생명 5171억원 ▲동양생명(082640) 5038억원 ▲KB라이프 4381억원 ▲IBK연금보험 2430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지난해에는 특히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 KB라이프 등에서 보험료가 크게 증가했다. 해당 보험사들의 전년 동기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한화생명 1348억원, NH농협생명 6599억원, KB라이프 84억원 정도였다.
 
초회보험료는 보험사가 상품을 계약하고 고객으로부터 받는 첫 보험료다. 보장성보험 등 일반적인 상품은 월납 형태가 많지만 저축성보험인 연금보험은 일시납 구조로도 판매된다. 보험료를 한 번에 몰아서 받는 것이다. 초회보험료 규모가 조 단위로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현금을 빠르게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과 환급금 등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데, 연금보험 판매로 유동성을 확보하면 이에 대한 대응력도 일정 부분 제고할 수 있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장성보험 영업이 기본적인 방향이나 유동성이 필요한 일부 보험사는 일시납 저축성보험에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 등과 같이 현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똑같은 현금 창출로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이율로 신규 판매…이차 역마진 부담 덜어내
 
보험연구원 리포트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연금보험은 높은 공시이율과 세제 혜택, 노후소득 확보 수요 등을 배경으로 신규 판매가 확대됐다. 공시이율은 상품에 적용하는 금리로 지난해 연간 평균은 약 3.3%다. 정기예금이율보다 0.3%p~0.7%p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공시이율이 올라가면 보험 상품에도 높은 금리가 적용돼 영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연금보험은 주로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 채널에서 영업이 이뤄지는데, 상품 구조가 업계 전반적으로 비슷해 금리 수준이 영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사진=연합뉴스)
 
통상 연금보험은 높은 금리에 따른 이차 역마진 부담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보험사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얻는 평균 수익률 대비 상품 금리가 높다는 것이다. 생명보험 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 평균은 3.4% 정도다. 금리가 오르면서 상승한 부분이 있지만 연금보험 상품 금리는 이보다 더 높다.
 
다만 최근 판매의 경우 역마진 부담이 상당히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격차가 과거 대비 줄어든 부분이 있고, 보험사가 이자율 관리로 차이를 상쇄하는 것도 있어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금보험이 유동성 측면에서 활용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이차 헷징(Hedging)을 위해 더 높은 이자를 충당할 수 있는 중장기 채권으로 자산 매칭이 이뤄진다”라면서 “역마진이 크게 나는 형태가 아니고, 자산과 부채 관리(ALM)를 통해 역마진을 방어한다”라고 설명했다.
 
보험계약마진(CSM) 측면에서 환산 배수가 1~2배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플러스(+)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요하게 언급된다. CSM은 보험 계약의 장래 미실현이익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연금보험이 저축성보험이지만 역마진이 아니라 이익이 발생하는 계약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이차역마진 부분은 오래전에 판매했던 금리가 높은 상품들이었고, 최근에까지 크게 문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면서 “연금보험도 CSM 인식이 미미하지만 마이너스(-)가 아니기 때문에 역마진이 나오는 계약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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