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주년 기획:K밸류업)②선진국 3분의 1수준…정책 지속성 '관건'
정부 주도 K밸류업에도 국내 증시 상승세 저조
해외 상장 기업 대비 낮은 이익률과 배당 성향 '영향'
공개 2024-07-2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9일 19: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 규모임에도 그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증시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국내 주식시장 취약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첫 관찰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발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이 그대로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도 입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친 혁신기업들은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린다. K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현황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전략, 기대효과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연초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K밸류업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주요 주가지수가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코스피에서만 소폭 상승이 있었을 뿐 코스닥 시장은 오히려 연초 대비 하락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면은 한국 기업이 갖는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의 지속성이 중요해졌다. 
 
K밸류업에도 지지부진한 한국 증시
 
지난 3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통한 상속세 부담 완화와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법인세 인하 조치가 거론됐다.
 
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조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K-밸류업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증시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기업 가치 증가를 골자로 하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최초로 언급하며 K-밸류업의 시작을 알렸다. 이에 배당주를 중심으로 상승장이 잠깐 이어가는듯 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언급이 있던 1월17일 코스피지수는 2435.90p에서 7월 17일 2,843.29p로 16.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833.05p에서 829.41로 하락했다.
 
반면 해외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신고점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뉴욕 다우존스 지수는 현지시간 17일 기준 역대 최고인 41,221.98p를 기록했다. 1월17일과 비교하면 10.61% 올랐다. S&P500 지수는 전날 16일 5669.67p로 장중 최고치를 찍은 뒤 5,667.20p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6개월 만에 19.58%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앞서 11일 18,671.069p로 최고점을 경신한 뒤 16일 18,509.340p로 혼조세를 보였다. 상승률은 종가 기준 24.59%에 달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시장도 마찬가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11일 42,426.77p를 기록하며 증시 부활을 알렸다. 같은 기간 최고점 기준 19.59%나 상승했다. 유럽지역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4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4900선에서 거래 중이다.
 
자본 대비 수익률 낮아…투자매력 '뚝'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기조는 우리나라 경제의 오랜 고민거리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같은 지정학적인 원인, 너무 낮은 배당 성향, 지배구조 문제 등 시장에선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업가치 제고 관련 해외사례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의 가장 주요한 이유로 국내 상장 기업들의 너무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 상장사의 ROE는 평균 5.18%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17.65%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독일(8.25%), 일본(8.63%)보다 낮았고 비슷한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대만(12.49%), 중국(9.76%)에도 밀리는 수준이다.
 
 
 
선진국과 격차가 큰 것은 ROE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한 코스피200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로 집계됐다. 역시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한 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중국(1.2배), 대만(2.7배), 인도(4.4배), 브라질(1.4배) 등 신흥국(1.7배)에 못 미치며 미국(4.7배), 일본(1.6배), 영국(1.9배), 프랑스(2.1배) 등 주요 선진국(3.2배) 대비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가치의 격차는 전년도(선진국 PBR 3.0배) 보다 더 커지며,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처럼 낮은 순이익은 배당 여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한국의 배당 성향은 타 국가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한국의 배당 성향은 최근 10년 평균 26.0%로 영국(129.4%)과 미국(42.4%)은 물론 일본(36.0%), 중국(31.3%)에 비해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금 비율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많이 돌려준다는 의미인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기업 규모에 비해 순이익이 낮아 배당도 제대로 못 받으니 투자 유인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구조적 한계, 정부 정책 지속성에 달려
 
하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업의 구조를 생각하면 ROE를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요 상장 기업들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0위 기업의 평균 ROE는 5.33%다. 지난 상반기 기준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대다수는 수출 중심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내수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스피 시장에선 삼성전자(005930)를 필두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 소수의 '재벌그룹' 계열사가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다. 코스닥 시장 또한 이들 재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기업들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 산업별 지표를 살펴보면 국내 주요 반도체 업종 지수인 KRX반도체의 경우 PER는 무려 177.56배에 달하는 반면 ROE는 1.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에너지화학, 헬스케어, 철강, 정보기술 지수도 상위 300개 기업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달러 환율 강세로 순이익이 개선된 자동차만이 ROE가 11.22%를 기록했다. ROE는 기업의 규모 대비 얼마나 순이익을 거둬들였는가를 나타낸다. 국내 반도체 기업을 비롯한 주요 수출 산업 기업은 규모에 비해 순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대부분 수출산업이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파운드리 시장을 두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대차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상대하고 있다. 끊임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연구개발(R&D),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성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제레미 탄(Jeremy Tan) 미국 타이거 펀드(Tiger Fund Management) CEO는 ”한국의 재벌기업은 기업 구조 특성상 주주 권리가 취약하다”라며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기 어렵고 회사 운영에 있어 투자자의 이익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K밸류업 정책에서의 지속성이 향후 국내 증시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개선은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정책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헤베 첸 IG그룹 마켓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조건만 만족한다면 한국 시장 진입을 갈망하고 있다”라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결과와 그에 따른 한국 시장에 대한 재정립 여부에 따라 진입 여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베 료타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 연구원도 “한국 당국이 투자 환경을 더욱 개선해 나간다면 한국 주가지수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개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실현된다면 더 많은 유입이 예상되며 이는 한국 시장에 최적의 결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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