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영업시간 늘린다고 장사될까
해외주식 보관액 사상 최대치 경신
개인투자자 올해 약 8조원어치 순매도
대체거래소 설립해도 참여 여부는 미지수
공개 2024-06-25 10:07:07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5일 10:0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개미들 사이에 주식 열풍이 불었다. 덩달아 국내를 넘어 미국 주식에도 관심을 가졌다. 국내 시장의 경우 장난질이 심한 편이라 지겹던 참이었다. 안전하게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술주부터 쟁여놨다. 조금 재미를 보자 겁도 없이 ‘원숭이 두창’과 같은 바이오 테마주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도 탈 수 없을 정도로 내리 꽂혔다. 이렇게 물린 종목이 여럿이다.
 
다행히 손해는 보지 않았다. 나름 가치 투자를 한 덕분이다. 그 사이 국내 보유 종목은 온통 파란 물결 천지다. 대형 호재에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 내리막길이다.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가치 투자는 온데간데없고 작전만 넘실댄다. 가치주마저 테마주로 여겨질 정도다.
 
미국 시장을 보면 대부분 기업 가치로 주가가 결정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우상향한다. 주가가 많이 올라 무거워 보여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나 애플, MS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떨어질 때는 밑도 끝도 없는 듯하지만 시장의 신뢰가 있는 기업은 결국 주가로 증명한다.
 
거래도 편해졌다. 정규장 외에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까지 있으니 출퇴근 전후나 밤낮이 바뀌어도 거래가 가능하다. 미국 시장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스크린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보관액은 지난 19일 기준 951억7600만달러(한화 132조2471억원)로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이 가운데 90%가량은 미국 주식이다. 올해 순매수액만 지난 20일까지 해외 주식 68억2767만달러(약 9조4870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엔비디아로 14억2700만달러(약 1조9828억원)정도다. 익숙한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뒤를 잇는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개미들이 떠나고 있다. 올해만 7조9036억원(21일 기준) 순매도했다. 국내 주식을 팔아서 미국 주식을 사는 추세다. 미국 증시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우상향하는 데 반해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 지수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약 5%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되레 1% 넘게 하락했다. 반면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지수는 둘 다 두자릿수 상승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수 투자만 했어도 6개월 만에 나스닥 기준 18%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3월 넥스트레이드의 대체거래소(ATS)가 문을 연다. 운영시간을 지금보다 5시간 30분 늘려 주식거래가 하루의 절반인 12시간 동안 가능해진다.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다. 최근 한국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가 애프터마켓에서 거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참여는 미지수다. ATS와 상관없이 국내 시장이 매력적이지 못하면 개미 이탈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열기도 예전만 못하다. 국내 증권사 절반도 안 되는 23개사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 달 새 2개사가 빠졌다. 2001년 당시 ATS와 유사한 형태인 한국ECN증권 출범 때 32개 증권사가 참여한 것과 비교된다.
 
모름지기 장사가 안 되는 집은 이유가 있다. 개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매한가지다. 국내 시장이 매력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존버=승리’ 공식도 안 통한다. 음식이 맛없는데, 영업시간만 늘린다고 장사가 잘되지는 않는 법이다. 아니면 개미를 털어내고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려는 구상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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