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4 인터넷은행이 불편한 이유
금융당국, 은행 설립 문턱 낮추자 출사표 쇄도
자본력 관건…경쟁력 부족으로 사업성 불투명
공개 2024-04-15 09: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4월10일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금융권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집을 다시 살펴보며 정책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은행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 또 다른 경쟁자의 등장은 기존 플레이어들을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은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인터넷은행 인가를 ‘상시 신청’으로 전환한 바 있다.
 
(사진=연합)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소상공인전문은행과 금융 전문 연구기관 도입을 내걸었다. 소상공인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2배 이상 늘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특화 10~20년 장기·분할 상환 대출 프로그램 등도 약속했다.
 
현재 제4 인터넷전문은행 출사표를 던진 곳은 유뱅크·KCD뱅크·소소뱅크·더존뱅크 등 네 곳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특화 금융 서비스를 비전으로 앞세우고 있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관건은 자본력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적어도 25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해야 하고 대주주 자금 조달능력도 안정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탄탄한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된 이유다. 앞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시중은행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성도 따져봐야 한다. 이미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기존 인터넷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건전성 강화에 나선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저신용자 비중이 큰 개인사업자가 인터넷은행을 찾은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4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9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불과 1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케이뱅크도 8배 가까이 증가했다. 토스뱅크도 관련 대출 규모가 5000억원가량 커졌다. 물론 새 인터넷은행이 낮은 이자를 제공할 경우 대출을 갈아탈 수는 있지만 유사한 조달 구조에서 금리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비 침체로 자영업자가 어려워지면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만에 3배 넘게 급증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3분기 만에 8배, 토스뱅크는 5배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연체율 상승 폭은 0.03~0.04%포인트에 그쳤다.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중·저신용 대출을 적극 취급하기에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0.4%, 카카오뱅크는 25.4%, 케이뱅크는 25.1%다.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기업금융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면서 중소기업·개인사업자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40조672억원으로 한달 새 5조1655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9조원 넘게 급증했다. 중소기업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 8609억원, 작년 말 대비 2조4245억원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인터넷은행에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객을 몰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 정책자금 2배 이상 확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특화 10~20년 장기·분할 상환 대출 프로그램을 약속했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 게다가 정책자금은 결국 국민 세금이라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위주로는 연체율 부담도 적지 않다.
 
새로운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감도 적다.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그동안의 경험치를 축적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시중은행도 앞다퉈 디지털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만 갖고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입은 쉽지만 이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2021년 출범한 토스뱅크도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독과점 비판 발언에서 출발했다. 비록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전문은행 설립을 공약했어도 민생 현안에 밀려 지지부진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부의 정책 남발과 총선용 공약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니길 바란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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