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상속세 피한 경영권 승계"…사조그룹 "장기적인 지배력 강화"10개월째 답보상태 놓인 국세청 세무조사…ESG기준원, 사조산업 지배구조 D등급 평가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사조산업(007160)에 대한 편법승계 조사가 10개월 이상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일각에서는 봐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열사에 대한 사조산업의 지분확보가 이어지면서 경영권승계와 소액주주 견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사조시스템즈 홈페이지)
사조산업, 3년새 보유지분율 4% 추가 확보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산업이 최근 경영권 강화를 위해 최근 사조시스템즈 주식 6467주(지분율 0.13%)와 삼아벤처 주식 6만6572주(1.33%)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주식수는 301만2692주에서 307만9264주로 확대되면서 지분율은 지난 3월27일 60.25%에서 약 4개월 만에 61.58%로 1.33%포인트 증가했다.
앞서 사조산업의 주식 보유비율은 2021년 말 57.57%, 2022년 10월 59.13%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3년 만에 4.01%포인트 늘었다. 보유목적은 경영전반에 포괄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으로 공시돼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 회장은 의결권 있는 주식 71만2046주로 지분 14.24%를 확보하고 있다. 그 아들인 주지홍 부회장이 33만9910주(6.80%), 주 회장의 부인인 윤성애씨가 6만1408주(1.23%)를 보유하며 오너 일가가 확보한 지분율은 약 19.48%에 달했다.
이외 지분은 사조오양·사조시스템즈·사조랜더텍 등 5개 계열사가 약 39.29%를 나눠 갖고 있다. 특히 사조시스템즈 한 개사에서 지분을 30.68%를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지주사인 사조산업 위에 물류회사 사조시스템즈가 있는 구조다. 현재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는 현재 주지홍 부회장(39.7%)으로, 주지홍 부회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계열사로 이어져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조산업은 계열사 지분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조오양(006090) 지분은 현재
사조대림(003960)이 60.97%, 캐슬렉스서울이 2.55%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캐슬렉스서울은 지난 2021년 말 0.44%에서 지난해 7월 1.95%까지 끌어올린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은 사조산업(79.50%)과 사조씨푸드(20.00%)가 99.50%를 보유 중이다.
사조대림 역시 사조산업(13.77%),
사조씨푸드(014710)(13.23%), 사조시스템즈(9.82%), 캐슬렉스서울(1.27%), 주 부회장(1.56%) 등 10여 명의 최대주주가 주식 53.18%를 보유한 구조로, 주 회장의 지분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1.56%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윤 씨(0.27%)와 사조시스템즈(9.82%) 등 일부 계열사 지분율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통해 지배력 강화…소액주주, 경영세습 비판
사조그룹이 상장사나 상장사 자금이 투입된 회사를 동원해 계열사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회사 내 오너 일가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3%룰을 무력화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룰이란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의 각 계열사별로 확보한 지분의 최대 3%에 대한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제한 규정이다.
이로 인해 앞서 사조그룹은 사외이사 감사 선임에서 오너 일가가 표결에서 밀린 바 있다. 당시 이상훈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안건 투표 당시 사조대림이 가지고 있는 60.53% 지분 가운데 3%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사용하지 못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사조산업의 주가가 저평가된 지금 미리 주식을 확보한 후 차익을 얻고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조산업의 저평가된 부동산 자산 재평가를 수십 년째 미룬 점 등이 근거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만큼 주 부회장의 지분 확보가 수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는 주장이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주 회장을 작년 주총전에 회사에서 직접 대면한 적이 있었는데, 동년배 나이의 평균보다 건강이 좋아보이지 않았다”라며 “주 부사장의 부회장 승격과 지속적인 사조 계열사들의 사조산업과 그룹주의 지속적인 매입공시 등을 볼 때 상속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사조그룹측은 <IB토마토>에 “주진우 회장의 건강이상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계열사 지분확대는 승계보다는 장기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저승사자’ 국세청, 세무조사 진행 결과는 무소식
앞서 지난해 9월 국세청은 사조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동안 사조그룹은 지배구조 형태에 대해 기형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지속적으로 제기된 편법 경영승계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던 만큼 조사가 가볍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초 주 부회장이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빠르게 승진하면서 그동안 사조그룹을 둘러쌌던 편법 승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다가 주 부회장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을 이용하는 등 상속세 없이 경영권을 차지해 편법승계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10여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무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사조산업측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문제 사항이 없어 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서 국세청 대변인실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세무조사는 개별 과세 정보이기 때문에 진행과정에 대해서 언급하기 어렵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2년 ESG 등급 부여 현황에 따르면 사조산업과 사조대림, 사조오양은 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등급은 S, A+, A, B+, B, C, D까지 총 7등급으로 나뉜다.주요 계열사 외 사조동아원, 사조씨푸드 등도 각각 C, B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 측은 <IB토마토>에 “해당 평가에서는 국세청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결과가 나온다면 반영이 될 예정이며 지난해 평가는 기업의 지배구조나 배당정책, 이사회 출석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