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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영 효성벤처스 투자본부장
6월 AI·배터리 벤처기업에 투자 완료…효성그룹과 시너지 창출 디딤돌 역할
투자처 뿐만 아니라 VC 옥석 가리기도 필요…CVC 역할 중요도 높아질 것
딥테크 전용 VC 펀드 결성 목표…관련 분야 내부 스터디 중
공개 2023-07-03 06: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투자 시장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얼어붙었다. 바이오 시장은 혹한기이고,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큰 딥테크 분야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투자 환경이 어려워질 수록 투자처뿐만 아니라 투자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VC), 특히 다양한 네트워크와 인프라, 시스템을 갖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의 경쟁력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효성벤처스는 지난해 7월 설립됐고, 9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국내 일반지주회사에 CVC 설립이 허용된 이후 다수의 CVC가 출범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공동으로 출자하는 CVC 펀드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다. 산업부가 처음으로 추진하는 CVC 펀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환영 효성벤처스 투자본부장은 "진정한 밸류업의 파트너로 의미를 지니는 VC 사이의 옥석 가리기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확실한 기술이나 성장성을 지닌 스타트업 발굴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로서 투자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CVC는 일반지주회사의 네트워크, 인프라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들의 매력적인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22일에는 산업부와 공동으로 출자한 CVC 펀드에서 인공지능(AI) 관련기업, 배터리 관련 기업에 각각 투자를 완료하며 본격적으로 효성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환영 본부장은 "일반지주회사 CVC로써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상호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라며 "정부로부터 LP 출자를 받은 첫번째 CVC 펀드의 운용사로서 CVC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딥테크 전용 VC 펀드도 결성할 계획이다.
 
이환영 효성벤처스 투자본부장 (사진=효성그룹)
 
다음은 이환영 효성벤처스 투자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효성벤처스에서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효성벤처스 투자본부의 본부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투자본부는 총 6명의 심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밸류체인 분석을 포함한 신기술 관련 산업 및 해당 기술의 분석, 투자대상 벤처기업들에게 대한 투자 검토, 펀드레이징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3월 결성한 블라인드 VC 펀드인 '효성 씨브이씨 스케일업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블라인드 1호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효성그룹이 310억원을, 산업부 산하 KIAT가 200억원을 출자한 펀드다. 주로 Pre-A부터 시리즈B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VC펀드다. 
 
-스톤브릿지에서 효성벤처스로 자리를 옮겼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지난해 7월 효성벤처스가 설립된 후 8월1일에 합류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국내 Top-tier 독립계 VC이며 주로 자본이익(capital gain) 확보를 위해 투자한다. 반면, 효성벤처스는 투자한 벤처기업의 성장 지원에 그룹 차원 협업 등이 가능한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효성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벤처기업들을 발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업·산업 측면에서 효성과의 시너지에 차별성이 있다면,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달라졌는지?
△효성벤처스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블라인드 1호 펀드는 산업부가 지정한 여러 기술 분야에서 효성그룹과 기업협력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목적 투자로 인정된다. 
즉, 효성벤처스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들의 기술, 인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투자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주목적 투자를 잘 운영하는 것은 효성그룹뿐만 아니라 투자기업도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불어 투자 대상기업의 기술 혁신성 및 확장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계열사와 함께 벤처 투자로 시너지를 창출한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 타진 중인 계열사와 투자 계획은?
△올해 6월 블라인드 1호 펀드에서 첫번째, 두번째 투자를 완료했다. 국내 AI 분야와 배터리 분야의 강소 벤처기업인 ㈜페르소나AI와 ㈜배터와이에 각각 20억원씩 투자했다. 
㈜페르소나AI는 클라우드기반 대화형 AI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로 무인으로 전화를 받고 채팅을 하는 콜봇, 챗봇 등의 AI컨택센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효성ITX(094280)와 사업 협업을 위해 다수 미팅을 추진했다. 양사 모두가 관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배터와이는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배터리진단시스템(BMS)를 통해 데이터를 취득하고,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배터리의 셀 단위 상태 정보를 제공해 배터리 생애 전주기의 진단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효성중공업(298040)의 ESS 사업 부문과 공동 연구개발(R&D) 과제를 시작했는데, 본 R&D 협업을 시작으로 더 큰 사업협력까지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효성벤처스는 효성그룹과 투자기업 간 시너지 창출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환영 효성벤처스 투자본부장 (사진=효성그룹)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최근 바이오 분야 시장은 자금이 돌지 않고 있는데, 바이오 VC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나?
△글로벌 유동성 약화 등 매크로 변수의 변화 등으로 최근 바이오 VC 투자 시장은 과거 대비 좋지 않다. 하지만 바이오는 미래 핵심 전략산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키워 나가기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역으로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바이오 VC 투자의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유망 분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 디지털치료제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딥테크 분야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최근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아졌지만, 이를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에 딥테크 분야로 수요가 몰렸다고 보는 관점은 비합리적인 것 같다. 딥테크 관련 벤처기업들은 기술 전문성이 탁월하며, 플랫폼 사업처럼 비즈니스 및 기술의 모방이 어렵다.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도 고려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 반도체, 로켓, AI 등 다양한 딥테크 분야들이 이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초기단계 투자를 주력하는 VC에서는 딥테크가 매우 매력이 높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VC는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이고 바로 딥테크 분야에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딥테크 투자 자체의 리스크도 있겠지만,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초기단계 VC라면 충분히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이미 딥테크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해당 분야에 투자했던 VC들이 투자 성과를 창출해 가고 있다. 
효성벤처스도 NFT, 메타버스, AI, 모빌리티 등 다양한 딥테크 분야에 많은 관심를 가지고 현재 내부 스터디를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CVC에 뛰어들었는데, 효성벤처스 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지주회사 ㈜효성(004800) 및 효성그룹 계열사들과 효성벤처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일반적으로는 독립계 VC들이 잠재 투자기업에 대한 IR을 할 때, 투자본부의 심사역들만 참석한다. 반면, 효성벤처스는 효성벤처스 전원 및 그룹 내 관련성이 있는 계열사들과 함께 참여해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및 밸류업에 대해 사전 내부 협의까지 진행한다. 다른 독립계 VC 및 CVC와 차별되는 면이다. 독립계 VC는 심사역 네트워크에 의한 밸류업으로 주로 의존하고 있는 반면, 효성벤처스는 시스템 기반의 운용을 하고 있어 리스크를 줄이면서 투자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경쟁력이 있는 실질적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투자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현주소는 어떤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투자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진정한 밸류업의 파트너로 의미를 지니는 VC 사이의 옥석 가리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동성 과잉공급이 있었을 때에는 펀더멘탈 이상으로 밸류에이션이 과하게 상승되는 현상이 있었고, 많은 신생 VC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 시기에 신생 VC를 포함한 일부 VC들은 본질적 실력보다는 유동성 장세에 따른 과도한 기업가치 상승의 혜택을 보고자 했다. 현재는 이러한 점들이 정상화되고 있어 VC 사이의 옥석 가리기도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수 독립계 VC들이 성공적인 투자 운용을 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기업의 밸류업 차원에서 진정 도움이 될 수 있는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보유한 VC는 아직은 소수인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CVC의 역할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며,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도 더 활성화될 것이다. 효성벤처스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일반지주회사 CVC에게도 정부 및 금융기관의 LP 출자 기회가 다양화되고, 관련 법규 등이 개정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CVC가 기여할 기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도 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블라인드 1호 펀드를 잘 운용해 가면서 국내 CVC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싶다. 딥테크 투자를 선도적으로 할 수 있는, 딥테크 전용 VC 펀드를 결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효성벤처스 법인 설립 이전에 많은 엑셀러레이터들을 만나 봤다.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노하우를 상호 교류하면서 협업을 하고 싶어하는 데, 대기업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애기를 들었다. 효성벤처스는 일반지주회사 CVC로써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상호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이러한 원칙을 기반으로 운용을 한다면, 효성벤처스는 정부(산업부)로부터 LP 출자를 받은 첫번째 CVC펀드의 운용사로서 CVC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 판단된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