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부품사 경영분석)②HL만도, 마지막 남은 퍼즐 '내수시장'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3.5%…별도 기준 7분기 연속 적자
재무 안정성 개선 나선 가운데 해외 투자…내수 수익성 회복 절실
공개 2023-06-19 06:00:00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완성차 OEM(위탁생산) 생산성이 회복되고 영업실적도 개선되며 시장의 시선이 자동차 부품사로 이동하고 있다. 전방 산업 호조에 더해 전기차 성장을 타고 전동화 부품 중심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영업이익률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IB토마토>는 3회에 걸쳐 주요 부품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대응 전략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자동차 부품사인 HL만도(204320)의 내수시장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HL만도는 그동안 해외 증설투자와 노후설비 교체 등으로 높아진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 멕시코 공장 증설을 위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별도 기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L만도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3.5%로 나타났다. 매출은 1조9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영업이익은 702억원으로 1.8% 증가했다. 그러나 별도 기준은 이야기가 다르다. 6842억원의 매출 발생에도 불구하고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다.
 
HL만도는 시장 선점을 위한 해외투자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하며 재무부담이 확대된 바 있다. 2019년 이후 신규투자 부담이 완화되면서 재무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노력과 성과가 이어지고 있는데, 국내법인 수익성 회복이라는 퍼즐만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는 꾸준한데…국내 별도 법인 수익성 아쉬움 남아
 
HL만도는 일찌감치 해외 거점 확보에 나서며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중반 20%에 불과했던 해외생산 비중은 2018년 이후 70% 수준으로 확대됐다. 매출처 다변화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과 거래관계를 공고히하는 한편, 현지 생산, 판매기반 강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 유럽 OEM에 대한 매출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포함한 HL만도의 연결 종속기업은 총 22개다. 이 중 R&D 법인은 3개, 용품 판매 법인은 2개, 투자회사 1개와 에이치엘클레무브 본사를 제외하면 해외 제조 및 판매 법인만 15개인 셈이다.
 
HL만도는 일찌감치 해외 공급망을 구축하고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외에도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OEM들의 비중을 높였다. 연결 기준으로 수요처가 다변화되면서 2022년까지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3.2%, 상각 전 이익(EBITDA) 마진율이 8.2%로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국내 별도 법인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회복이 지지부진하다. 원인은 판가 전가력 약화로 파악된다. 별도 법인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2020년, 2022년과 올해 1분기 모두 매출총이익률이 12%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19~2022년 판매관리비는 큰 변동이 없었다. 2021~2022년 글로벌 운임비가 크게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 내수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별도 법인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폭이 줄어든 상황이다. 운전자본 관리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244억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안정성은 개선 중…지난해 부채비율 157%까지 낮춰
 
별도 법인이 현금확보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유동성 확보인 것으로 보인다. 별도 법인의 올해 1분기 단기성차입금은 5276억원인데, 현금성자산은 3485억원으로 다소 부족하다.
 
지난 4월 말에는 5월 만기였던 1400억원 사채와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320억원 장기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 다행히 완성차 생산 회복에 시장 반응이 좋았고, 수요가 몰리면서 당초 계획했던 1000억원보다 2배 증액한 2000억원을 조달함에 따라 차환에 성공했다. 남은 금액은 협력사 물품 대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안정성 개선 의지는 연결 기준 재무제표로도 이어진다. HL만도는 해외 생산시설 증설 투자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는데, 2019년부터 자본적지출(CAPEX)을 관리하면서 재무안정성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부채비율은 2017년 215.2%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말 157.1%로 줄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의존도는 27.0%에서 25.7%로 다소 낮아졌다. 순차입금 의존도는 올해 1분기 20.7%로 더 낮아졌는데, 별도 법인의 현금 유입에 힘입어 연결 기준 현금이 3748억원 증가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멕시코 증설에 2450억원 투자 결정…별도 법인 수익성 힘 받쳐줘야
 
다만, 업계에서는 HL만도의 총차입금이 2021년 이후 줄곧 2조원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이 8791억원임을 고려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더불어 최근 멕시코에 샤시 증설을 위해 2450억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CAPEX 부담은 지난해 대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판교 사옥 매각으로 4000억원을 확보한 바 있으나 차입금 해결과 증설투자, 여기에 HL만도가 중심축을 옮기고 있는 R&D 비용까지 고려하면 추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R&D 비용으로 2416억원이 빠져나갔는데, 올해 1분기는 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6% 늘어났다.
 
해외, 특히 유럽은 튀르키예 법인을 연결편입하면서 외형도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챙기고 있다. 인도 시장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2%가 늘었고 북미의 경우 전기차 성장세가 뚜렷하므로 전망이 밝다. 중국 매출이 올해 1분기 주춤하지만, 니오(NIO)와 전기차 중심 성장을 통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내수시장 수익성 회복이라는 마지막 퍼즐만 남은 셈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모빌리티 팀장은 "올해 2분기에 전통부품 사업 구조조정이 완료됐고 해외 법인과 R&D 비용도 분담하게 됐다"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 공장 실적기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R&D와 CAPEX가 많이 투입됐던 IDB(Integrated Dynamic Brake) 제품이 현대차·기아의 중대형 SUV와 전기차에 공급될 것"이라며 "CAPEX는 2024년까지 현대차그룹과 북미 및 인도 공장 동반 증설로 연간 3000억~3300억원 수준에서 유지되겠지만 매출 대비 비중으로는 지난해를 고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