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캐피탈, 부동산PF 부메랑 온다…함석호 대표 대비책은
기업금융 중심 자산 포트폴리오가 리스크 확대 요인
공개 2023-05-24 06:00:00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올 들어 최초의 내부 승진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주목을 받은 IBK캐피탈이 건전성 리스크에 직면했다. IBK캐피탈 성장의 근간이 됐던 기업금융 가운데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30년 'IBK맨'으로 근무하며 핵심사업인 기업금융 부문의 성장에 일조한 함석호 대표가 하필이면 취임 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기업금융 비중 축소가 떠오르고 있다.
 
IBK캐피탈 본점(사진=네이버지도)
 
기업금융·투자금융이 전체 자산의 94.1%
 
23일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IBK캐피탈은 지난 2018년말 6조616억원이었던 총자산 규모가 올해 1분기에는 10조4194억원으로 늘었다. 기업은행(024110)과 연계한 영업네트워크와 통합 익스포저 관리체계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대상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위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집중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1분기 기준 기업금융(기업 오토론 및 부동산담보대출 포함) 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자산포트폴리오 중 76.0%를 차지하고 있고, 투자금융 비중도 18.1%에 달해 합치면 무려 94.1%의 비중이다. 이는 2019년말(80.3%)보다 13.8%p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기업 및 투자금융 집중도가 높은 탓에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 기준으로 가계대출, 할부·리스, 팩토링, 오토금융 비중이 5.9%에 불과한 데다 기업금융의 97.2%가 50억원 이상의 거액여신으로 구성(거액여신 차주당 평균 여신잔액 59억원)돼 있는 것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특히 기업금융 부문의 성장을 이끈 부동산금융(브릿지론·본PF)이 부동산 경기 저하 추세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올 들어 기업금융과 모기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업자산이 축소돼 2019년부터 매년 10%대를 유지하던 총자산규모증가율은 올해 1분기에 전년말보다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전년말보다 0.2%p 상승한 0.6%를 기록한 것도 브릿지론 부실채권 신규 발생의 영향이다. 같은기간 1개월이상연체율은 전년말과 동일한 0.6%를 유지했으나, 이는 2021년말보다는 0.3%p 상승한 수치다. 또한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요주의이하로 분류된 여신 규모도 전년 말(733억원)보다 1962억원이나 급증한 2695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약 2010억원이 부동산 PF관련 익스포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기업평가)
 
부동산PF 익스포저 2.6조 수준
 
IBK캐피탈은 2019년 이후 부동산 PF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올해 1분기 기준 부동산PF(본PF+브릿지론) 익스포저는 2조6735억원에 이르렀고,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7%다.
 
이 가운데 본PF대출이 1조5707억원, 브릿지론은 1조938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각각 106.0%, 73.8%에 달했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PF대출의 건전성 추이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면서 "브릿지론의 경우에는 미분양 주택수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상승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인해 익스포저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PF의 경우에도 저조한 분양성과 공사비 증가로 인한 시공사와의 분쟁, 시공사 부도 가능성 확대와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기에 새롭게 취임한 함석호 대표는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1993년부터 IBK캐피탈로 옮겨 30년간 기업금융 부문의 성장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기업금융 성장을 이끌어온 함 대표가 부동산PF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비중을 축소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다만 앞서 지난해 12월 기업은행이 2000억원 규모의 크레딧 라인(Credit Line)을 제공하고, 2020년 12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든든한 모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선제적 자본금 확충과 자금조달 수단의 다각화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함 대표는 취임 후 IBK캐피탈의 방향성에 대해 안정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IBK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표님 취임 후 부동산PF 사업장 전반에 걸쳐 안정성 위주로 사업성 분석을 하고 잠재 위험 요인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라면서 "점차 부동산PF 비중을 축소해 우량한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