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화학사 생존전략)②여천NCC, 신용도 하락에…불어나는 빚 부담
6개 분기 연속 적자…기초유분 한계 속 수익성 악화
총차입금 2조 넘어…실적 개선해도 배당금 지출 우려
공개 2023-05-23 06:00:00
국내 주요 화학사들은 2022년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 수출 의존도가 컸던 NCC 및 범용제품 위주로 사업을 펼친 회사들은 공급과잉과 수요 회복 부진 여파로 여전히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NCC 업체들의 평균 마진 저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업전략 전환이 강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IB토마토>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주요 NCC 업체들의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여천NCC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차입 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신용등급도 강등되며 경영 지속에 관한 우려가 나온다. 회사는 업황 회복 조짐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5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58억원으로 6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여천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석유화학업체로, 경기 변동에 민감한 기업으로 꼽힌다. 기초유분은 범용제품의 기초 원료인 탓에 불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천NCC는 누적되는 적자로 차입 부담이 확대되면서 신용등급 관련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여천NCC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아직 A+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망을 '부정적'으로 잡고 있어 강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기초유분 한계 속 수익성 악화
 
여천NCC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매출이 성장했다. 2021년 초 NCC 및 부타디엔 증설이 완료되면서 매출도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7년 18.7%로 높은 수익성을 나타냈으나 점점 줄더니 2020년 7.6%까지 떨어졌다. 2021년에는 미국 한파로 공급 타이트가 발생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데다가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며 전례없는 화학 업황 호황기로 꼽히지만, 6.0%로 더 악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중국 리오프닝에 기대를 걸었으나 회복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NCC 증설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내수경제 촉진을 위해 자급률을 높이고, 수출도 확대하면서 경쟁력 열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프로필렌의 경우 2024년까지 상당한 증설이 예정되어 있고,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단기적으로 과거 대비 저조한 수익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업계에서는 다운스트림 위주의 고부가 포트폴리오나 사업 다각화 등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으나, 여천NCC의 경우 신사업 등 의사 추진이 쉽지 않다.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오히려 빠른 의사결정에 있어 방해요소로 자리 잡았다.
 
여천NCC 정관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는 4명 이상 8명 이내의 짝수로 정해놓고 있다. 1분기 기준 상임이사는 최금암 사장과 김재율 부사장으로 각각 한화, 대림 출신이다. 비상임이사 역시 한화솔루션 2명, DL케미칼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현재 여천NCC 분할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 투자 당시 설정한 계약 기간이 2024년 말 종료되는데, 1~4업장을 각각 2개씩 가져가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3사 관계자들은 분할 논의에 대해 한목소리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총차입금 2조 돌파…단기성차입금도 1조 이상
 
여천NCC는 2018~2021년 NCC와 부타디엔을 증설하면서 총 9162억원을 투자했고, 동기간 연평균 배당금 지급액이 약 4175억원 등 현금유출이 발생해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2조30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780억원이 늘었다. 이 중 단기성차입금은 절반 이상인 1조936억원이다. 1분기 실적 부진으로 영업현금흐름이 464억원 유출된 가운데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864억원 증가한 1830억원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 등 재무활동으로 현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순차입금은 2018년 말 4331억원에서 2021년 1조5507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대규모 CAPEX(자본적지출) 소요가 없었음에도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1조7561억원으로 늘었다. 실적 부진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져 순차입금이 1조8479억원으로 확대됐다.
 
차입금이 확대됨에 따라 총차입금 의존도는 56.1%로 지난해 말 대비 0.7%포인트, 부채비율은 239.2%로 39.1%포인트 상승하며 위험신호가 켜졌다. 차입금에 대한 가중평균자본화 이자율은 지난해 4분기 2.41%에서 올해 1분기 2.93%로 높아졌는데, 유동비율은 101.2%로 21.5%포인트 낮아졌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이익잉여금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2021년 말 6511억원에서 지난해 3134억원으로 반 토막났고, 올해 1분기마저 2659억원으로 줄며 체력이 감소하고 있다.
 
오윤재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저하된 영업현금흐름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이 단시일 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천NCC 여수 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실적 개선도 불안한 이유 '배당금'
 
여천NCC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지연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실제로 4월 영업실적은 호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업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현재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계획된 대규모 투자가 없고, 이미 토지 재평가 등으로 자본을 확충한 상황이기에 실적 회복이 최선인 셈이다.
 
실제로 속도는 느리지만, 회복 신호는 나오고 있다. 기초유분 마진을 짐작할 수 있는 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지난해 4분기 톤당 181달러로 바닥을 다지고 올해 1분기 197달러, 2분기 현재까지 251달러로 상승 추세이다. 통상적으로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 손익분기점(BEP)은 300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아직은 적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배당이 재개될 가능성이다. 2021년 당기순이익 2700억원을 기록하면서 배당금 3400억원이 빠져나갔다. 2022년에는 당기순손실로 배당이 없었는데, 실적 개선으로 당기순이익을 내도 배당이 재개되면 유의미한 체력 회복이 불투명하다.
 
유준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2024년 이후에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면서 주주사 배당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여력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개선돼도 재무 불안이 가중되는 이유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