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미 시장 진출 의지 확고…비용 등 리스크 산재
해외 투자 비용 국내 대비 30~50% 높아
해외 EB·저금리 정책 자금 조달
기술력·OEM 다변화 움직임 긍정적
공개 2023-05-17 07: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엘앤에프(066970)가 적극적으로 미국 진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레드우드와의 조인트벤처(JV)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단독 진출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단독으로 진출할 경우 투자비 등의 불안요소들이 존재한다. 일단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양극재 캐파 확대를 위한 준비는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미국 진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한차례 좌절됐던 레드우드와의 JV 지분율 명시를 보완해 산업부에 재심의 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상반기 중 결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JV 지분율을 확대할수록 투자비용 등 리스크도 확대된다는 점이다. 엘앤에프는 해외 사모 EB 발행으로 6629억원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이 외에도 현지 임금이나 인플레이션 등 수익성을 방해할 수 있는 우려 요인들이 남아 있다.
 
엘앤에프 생산능력 추이 (사진=엘앤에프, 대신증권)
 
국내대비 높은 투자비용…불확실성 여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르면 양극재는 배터리 핵심광물로 분류되며, 핵심광물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엘앤에프가 반드시 미국에 진출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엘앤에프가 미국 진출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테슬라 등 자동차 OEM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같은 배터리 셀 업체들의 지속적인 현지화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레드우드와의 JV 여부와 상관 없이 내부적으로는 해외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다.
 
다만, 해외에 직접 양극재 생산공장을 확보하는 만큼 투자비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엘앤에프의 국내 생산시설 투자비용은 1만톤 당 700억~750억원 수준인데, 해외 투자비용은 국내대비 약 30~5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에프는 2026년까지 총 생산능력을 40만~43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며 이 중 해외 캐파는 10만톤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설 투자에만 약 9100억~1조12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 현지에 공장을 확보하는 만큼,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임금 역시 비용 면에서 리스크로 꼽힌다. 국내 생산 및 엔지니어 인력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 노하우가 쌓여 있으나 해외 인력으로 원하는 수준의 수율을 맞출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IRA 세부규정도 무시할 수 없다. 보유 기술을 앞세워 JV 협상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양극재 현지 진출이 강제화되지 않기에 관련 논의가 길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의 경우 아직은 셀과 모듈에 대해서만 명시되어 있고 핵심광물에 관한 세액공제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현실적인 양극재 기업들의 마진율은 5~10% 정도인데, 보조금 없이 수율 문제가 생긴다면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엘앤에프는 인력관리 및 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 TF팀을 구성하고 보고 기간을 단축하는 등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 EB 발행으로 자금 확보…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재무관리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이 3조8873억원으로 전년대비 300.4% 폭증했다. 매출 성장에 힘입어 EBITDA(상각 전 이익)도 2975억원으로 359.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2021년 적자를 벗어나 271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문제는 매출채권이 5720억원, 재고자산이 9672억원 증가한 영향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8643억원 유출됐다는 점이다. CAPEX(자본적지출)는 2889억원대로 경쟁사 대비 적은 편이지만, OCF 유출이 확대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1조원 넘게 유출됐다.
 
(사진=엘앤에프)
 
올해 1분기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최종 수요처 재고조정, 고가 원자재를 미리 사놓은 탓에 영업이익이 404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했다. 매출채권 및 기타유동채권은 1조29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160억원이 증가했다.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245억원에 불과하고 이익잉여금 5399억원까지 합쳐도 예상 투자비용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해외에서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4월 JP모건 주관으로 싱가포르 해외금융시장에서 약 5억달러(한화 6629억원)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수요 예측 흥행으로 기존 발행액 4억달러보다 1억달러 증액에 성공한 결과다. 국내에서 신용등급을 따로 부여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7년, 5년물 발행에 성공했고, 표면이자 및 만기이자율도 2.5%로 부담도 덜하다.
 
여기에 정부로부터 저금리 정책자금을 약 1000억원 이하로 대출받는 등 추가 자금 확보도 완료했는데, 외부 조달 자금이 늘어나서 안정성 지표는 다소 약화됐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5.0%에서 1분기 177.2%로 상승했고, 유동비율은 179.1%에서 152%로 하락했다. 차입금 규모는 8703억원에서 1조660억원으로 늘어나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성장성은 높지만, 향후 대규모 투자 자금조달은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부채비율 상한을 200%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외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금리 대출이나 자동화 시설 개발 등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추가 외부 자금 조달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기술력·OEM 다변화 움직임 긍정적
 
엘앤에프 양극재 포트폴리오 중에는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제품이 포함돼 있어 높은 기술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산업부에서 엘앤에프의 해외진출에 제동을 건 이유도 기술력이 그만큼 국가 핵심 기술로 여겨진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드우드와의 JV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엘앤에프는 수익률을 양보하면서까지 JV 진출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24년부터 니켈 함량 95% 이상의 하이엔드 제품을 양산하고, 니켈 60% 제품은 볼륨 엔트리용으로 준비, LFP(인산철리튬) 역시 고객사 요구로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요처 다변화도 계획하고 있다. 2025년 이후 자동차 OEM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IRA 법안이 효과를 발휘하며 비중국 업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국내업체와 전구체 합작, 리튬 등 업스트림 사업도 추진하면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부담을 낮추려고 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