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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RL과 재무공시 선진화
공개 2023-05-12 06:0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되는 상장사 및 비상장사의 재무정보가 국제표준(XBRL) 데이터 기반으로 전면 개편됩니다.”
“상장기업 재무정보의 국제표준 보고방식(XBRL) 시행”
 
XBRL과 관련된 금융감독원의 보도자료 제목이다. 첫 번째는 최근에 재무공시 선진화 방안으로서 XBRL을 활용한 공시로 개편한다는 금융감독원 보도자료(2023년 3월 30일) 제목이다. XBRL은 ‘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서 ‘확장형 재무보고 전용언어’라고도 하며, ‘기업 재무정보의 생성?보고?분석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쉽게 말하면 재무정보(재무제표 본문과 주석 등)를 일정한 분류체계에 따라 전산으로 공시함으로써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쉽게 추출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번에 추진하는 XBRL 재무공시 확대 적용으로 투자자 측면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개선되고, 재무 건전성 평가의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 또한 기업 측면에서는 공시자료의 정확도가 향상되고 해외 공시비용이 절감되며, 감독기관 측면에서는 감독 및 감리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회계법인 측면에서는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등을 통한 회계감사 전문화로 회계투명성 제고가 기대된다.
 
XBRL을 활용한 재무공시의 확대 움직임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XBRL 재무공시 확대는 AI 시대에 걸맞는 방안으로서 바람직하다. XBRL은 모든 재무공시를 정해진 분류체계(taxonomy)에 따라 색인화하므로 정보이용자가 손쉽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XBRL 공시와 AI가 결합되면 투자자와 기업, 감독기관, 회계법인 입장에서 재무정보의 활용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학계에서는 XBRL을 활용하면 쉽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형태로 다양한 재무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논문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XBRL 재무공시 확대는 우리나라 기업 재무정보의 해외 활용도를 높이고 우리나라 재무공시의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업이 국제회계기준 분류체계(IFRS taxonomy)를 사용하여 공시하면 영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자동변환이 되므로 외국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정보를 훨씬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 재무공시의 활용도와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2007년부터 우리나라는 XBRL을 도입했는데, 16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XBRL이 다시 논의되는 것이 의아하다. 물론 이번에 도입되는 XBRL 재무공시는 재무제표 본문뿐만 아니라 주석까지 확대되고, 비상장법인(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상장법인)까지 확대되는 등 과거보다 진일보했지만, 16년이 지난 후 재논의되는 것이 궁금하기도 하다. 2007년에도 유사한 논의가 있었고, 재무정보의 이용자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당시에는 상업목적으로 재무정보를 제공하던 기업들이 XBRL의 도입으로 곧 망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도 했는데, 그 기업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위에서 두 번째는 2007년 7월 24일자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제목이다. 당시 보도자료에도 “XBRL 본격가동은 우리나라가 자본시장 분야에서 세계 최초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 다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XBRL을 활용한 재무공시가 다시 논의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거에는 왜 활성화되지 않았다가 16년이 지난 지금 다시 논의되는가를 먼저 생각해보고, 이번에는 제대로 결실을 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재무제표 본문을 분류체계에 따라 공시하는 것은 쉽지만 주석 공시 방식은 기업마다 매우 다르므로 완벽한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과거에 여러 차례 경험했다. 이런 측면도 함께 고려해서 XBRL 공시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회계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는 과거에는 왜 추진을 안 했는지, 추진하다가 중단되었다면 왜 중단되었는지, 과거의 어떤 문제점을 해결해야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는지 등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과거의 역사를 확인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언어가 있는 인간만이 역사를 통해 배운다. 이번의 XBRL 재무공시 방안도 지난 16년을 꼼꼼히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잘 찾아서 의도하는 본래의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