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부터 엔트리까지…'투트랙' 노리는 삼성SDI
하이니켈 신제품 양산 추진…엔트리급 중저가 제품도
스텔란티스 이어 GM과 JV…AMPC 보조금도 기대
재무안정성·현금창출력 우수해 투자부담 크지 않아
공개 2023-05-09 06: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삼성SDI(006400)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기차용 고부가제품을 통한 수익성 창출에 힘입어 중저가용 배터리 개발에 나서며 가격대별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기차용 P5 비중 확대로 제품군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P5보다 성능이 우수한 P6, 46파이 배터리 뿐 아니라 중저가 전기차용 NMx(코발트프리), LFP(인산철리튬) 등 프리미엄급부터 엔트리급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다각화된 제품 및 사업 포트폴리오가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으로는 미국 IRA 법안 발표 후에도 북미 증설 계획 발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쉬움을 남겼는데, 스텔란티스에 이어 GM과의 합작법인(JV) 설립을 발표하면서 불식시켰다.
 
게다가 견고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어 현금흐름 등 재무상태도 경쟁사 대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I의 배터리 제품(사진=삼성SDI)
 
프리미엄급부터 엔트리급까지…제품군 확대하는 삼성SDI
 
삼성SDI는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에 걸쳐 중대형전지 매출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SDI는 사업부문별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 매출액이 9조7849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분기 매출은 ESS의 비수기 영향을 받아 2조926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7% 감소했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62.9% 증가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유럽 고객향 고부가 하이니켈 P5 판매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P5 제품은 BMW의 i7 모델 출시 효과로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연스럽게 업계 시선은 출시 예정인 신제품에 쏠리기 시작했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분류되는 46파이, P6는 전기차에 적용된다면 프리미엄 제품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46파이 원통형 라인은 초기 양산 수준의 파일럿 라인을 확보했고, P6는 2024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프리미엄급 뿐 아니라 엔트리급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엔트리 및 볼륨 세그멘트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코발트가 포함되지 않은 NMx와 LFP도 양산을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ESS용 LFP에 집중하고 있는데, 삼성SDI는 전기차용 LFP 배터리도 사업 계획에 집어넣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저가 제품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거래처와의 메탈과 판가 연동계약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CATL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는데, 판매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해 수익성 폭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볼륨 세그먼트 플랫폼은 양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고,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스택 공법과 각형 폼팩터의 안전성 등 고유의 기술력을 적용해서 차별화할 것임을 밝혔다.
 
최윤호(왼쪽) 삼성SDI 사장과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사진=삼성SDI)
 
스텔란티스 이어 GM과 JV…OEM 협력 늘어나나
 
삼성SDI는 그동안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나타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JV 발표는 2021년 10월이었는데, 당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이미 GM과 2공장 건설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SK온의 조지아 공장은 시험가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IRA 법안으로 북미 시장을 노리는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삼성SDI도 본격적으로 북미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2025년 23GWh 공장 가동을 위해 25억달러(약 3조원) 투자를 결정했으며 지난달에는 GM과 2026년 30GWh 합작공장에 30억달러(약 4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GM의 요구에 따라 각형 외에도 원통형 캐파 증설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텔란티스, GM 외에도 완성차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업체들의 협력 요청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을 의식했을 때, 중국을 제외하면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외에는 선택지가 매우 좁은 탓이다. 게다가 BMW, 볼보 등 완성차업체들이 삼성SDI의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발표된 JV 외에도 스텔란티스의 추가 공장, 볼보, BMW, 폭스바겐 등의 추가 협력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경쟁사이긴 하지만, 이창실 LG엔솔 CFO도 "IRA 발표 이후 미국 현지 다수 메이저 고객사들로부터 추가 공급 및 사업협력 요청 증가하고 있다"라며 한국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스텔란티스와 GM 외 많은 OEM들과 협력을 하고 있지만, 구체화된 건 없다"라고 밝혔다.
 
 
재무 '튼튼'…AMPC 보조금도 기대
 
삼성SDI의 재무안정성은 경쟁사 대비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들과의 JV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면 AMPC(첨단제조 세액공제)를 통해 2025~2026년 각각 4000억원,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우수해 투자 부담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SDI의 조정영업현금흐름(OCF)은 2021년 2조1760억원, 2022년 2조6411억원이 유입됐다. CAPEX(자본적지출)는 2021년 2조1082억원, 2022년 2조5181억원으로 증가 폭이 OCF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EBITDA(상각 전 이익)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0.6배이고, 순차입금 의존도는 7.0%에 불과하다. 1분기 기준 EBITDA는 79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8% 증가하면서 견조한 이익창출력을 나타내고 있고 유동비율은 118.0%, 부채비율은 80.0%로 양호한 상태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삼성SDI는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로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자체 대응하며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튼튼한 재무를 바탕으로 고가형·저가형 제품의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순조롭게 북미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전기차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여 최고의 기술력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고객들이 시장에 대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