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자체사업 잘했지만…재고 적체가 독될까 우려
자체사업이 실적 이끌어…광고비 줄여 이익률 개선까지
용지 늘었지만…시장 침체로 매출 전환 속도 하락 전망
공개 2023-05-03 06:00:00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지난해 자체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룬 호반건설이 보유 용지까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사업 원가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70%를 넘지 않으면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다만, 팔리지 않은 완성주택이 늘어나며 재고자산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할 경우 재고 적체 증가로 실적을 깎아 먹게 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다.
 
호반건설 본사 전경. (사진=호반건설)
 
자체사업이 실적 이끌어…광고비 줄여 이익률 개선까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됐다. 매출은 2조3310억원에서 3조2071억원으로 37.58% 상승했고, 영업이익도 3904억원에서 5973억원으로 53.00% 상승했다. 영업이익률도 16.75%에서 18.63%로 1.88%포인트 올랐다.
 
매출 성장은 자체사업인 분양사업이 이끈 것으로 보인다. 20221년 1조3701억원을 기록했던 분양수익이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분양사업은 도급사업보다 원가율이 낮아 영업이익률 개선에 효과적이다. 실제 지난해 호반건설의 분양사업 원가율은 69.87%를 기록해 67.61%를 기록한 전년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70%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도급사업인 공사사업 원가율이 90%를 넘으면서 원가 상승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해 호반건설 공사사업 원가율은 96.15%를 기록해 89.91%를 기록한 전년보다 6.24%포인트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가율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했다. 원가율이 90%를 넘으면 판관비를 제외하고 남는 게 없다는 의미다.
 
다만, 전체 영업이익률 개선은 판매비 및 관리비 개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반건설 전체 원가율은 75.27%를 기록해 74.01%를 기록한 전년보다 1.26%포인트 상승했다. 공사사업 원가율 뿐 아니라 골프장 사업 원가율 등 건설업 이외 사업 원가율까지 상승하면서 전체 원가율을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판매비 및 관리비 중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가 각각 51.10%, 34.57%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를 이뤘다.
 
 
용지 늘었지만…시장 침체로 매출 전환 속도 하락 전망
 
호반건설은 자체사업 확장을 위해 용지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이 확보한 용지금액은 77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잔금까지 모두 납입해 등기 이전까지 완료한 토지를 말한다. 호반건설 보유 용지는 2019년 2250억원, 2020년 4948억원, 2022년 5596억원 등 3년 연속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는 보유 용지의 매출 전환 가능성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면 집을 지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반건설은 지난해 미완성주택 재고자산은 2021년 6040억원에서 지난해 말 1318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완성주택 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76억원에서 294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만들어 놓은 주택이 팔리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새로 짓는 주택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용지 추가 확보를 위한 호반건설의 현금 지출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의 용지선급금은 2633억원을 기록했다. 6714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용지선급금이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 받기 전에 지급한 취득대금(계약금, 중도금 등)을 말한다. 향후 잔금까지 완료하면 그대로 등기 이전 후 재고자산 용지로 계상된다.
 
이처럼 용지선급금이 줄면서 지금까지 계약된 용지에 대한 지불 대금이 어느 정도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현금으로 지급된 용지선급금도 줄고 있어 향후 용지 확보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흐름표 상 용지선급금으로 지불된 현금은 지난해 1930억원을 기록했다. 3535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현금흐름에 나온 용지선금급은 한 해 동안 용지 확보를 위해 실제 지급된 현금을 의미한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시작되면서 보유 용지가 예전만큼 매출로 빠르게 전환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부동산 시장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저희는 지난해 실적이 매우 좋았음에도 별도의 자료, 입장이나 멘트를 드리지 않고 있다”라며 “감사보고서에 나온 용지가 각각 장단점이 있을 텐데, 그걸 묶어서 설명하거나, 관련 멘트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말을 아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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