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ABL생명, 자본확충 총력전…지급여력 관리 안간힘
수요예측 미매각에도 증액 발행…신 지급여력비율 K-ICS 고려
공개 2023-04-25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푸본현대생명과 ABL생명이 이자 부담 확대에도 자본확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함께 적용되는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 관리를 위해서다. 특히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음에도 증액 발행을 결정하면서 자금 확보에 힘을 쏟았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공모사채 발행으로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최초 모집액 700억원에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400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었는데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100억원 증액에 그쳤다.
 
수요예측에서는 기관투자자 네 곳에서 310억원 물량을 신청했다. 공모희망금리(6.50%~7.20%) 내에서 신청한 건수(유효수요)는 2건에 110억원이다. 미매각 물량은 추가 청약에서 리테일 기관 중심으로 주문이 들어와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발행수익률(이자율)은 7.30%로 결정됐다.
 
(사진=푸본현대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측에서는 이번 사채 발행으로 보험금지급여력(RBC)비율이 9%p 상승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RBC비율은 171%다. 지급여력금액은 1조5740억원이며 지급여력기준금액은 9194억원이다. 조달한 자금 만큼 지급여력금액이 늘어나 지표가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사채 발행을 통해 RBC비율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환경 변화 등 각종 리스크 요인에 대비한다”라면서 “영업경쟁력을 확보해 회사 재도약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푸본현대생명은 회사채 발행 외에 하반기 39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한다. 주주배정 증자 방식으로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이 나선다. 오는 5월 청약이 진행되고 9월 납입이 완료되는 일정이다.
 
모그룹인 푸본생명의 재무적 지원이 자본적정성 유지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우선주를 포함해 61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이 가운데 푸본생명 증자액은 약 4540억원이다. 이어 2021년 6월에도 푸본생명의 4580억원 추가 유상증자가 이뤄져 자기자본을 크게 확충했다.
 
김한울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K-ICS 하에서 시장위험 등 요구자본 증가에 따른 가용자본 확충 부담이 존재한다”라면서도 “자본성증권 발행과 이익 누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모그룹(푸본생명)의 재무적 지원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ABL생명이 수요예측 미매각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증액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ABL생명은 발행금액을 700억원으로 최초 신고했고, 수요예측에서 한 건도 신청한 곳이 없었지만 13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이자율은 6.6%다.
 
ABL생명은 사채 발행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RBC비율이 215.1%에서 234.4%로 19.3%p 상승하는 수준의 개선 효과가 있다고 예측했다.
 
개선 효과는 연말 기준으로도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지급여력금액이 3분기보다 감소했지만 지급여력기준금액도 같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ABL생명의 작년 RBC비율은 198.6%로 나타나는데, 자금 조달의 효과를 연말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RBC비율은 218.0%로 19.4%p 상승한다.
 
푸본현대생명과 ABL생명은 생명보험 업계서도 K-ICS 도입 부담이 큰 곳으로 꼽히던 보험사다.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특별계정) 중심의 포트폴리오 탓에 자산듀레이션보다 부채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상승에 불리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고, ABL생명은 보유계약의 높은 적립이율(지난해 3분기 기준 4.2%)이 그 배경으로 언급된다.
 
이번 자본성증권 발행과 함께 금융당국 경과조치 신청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따르는 모습이다. K-ICS 경과조치는 19개 보험사가 신청했는데 푸본현대생명은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전 부문에, ABL생명은 요구자본 중에서 보험리스크와 주식리스크에 신청했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관련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인식하는 만큼 K-ICS 비율이 높게 상승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점진적으로 경과조치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에 보험사가 개선 노력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자본을 보완하고, 또 어느 정도 수준에서 위험을 감소할 것인지 등 어떤 대응 전략을 할 것인지에 달렸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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