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물꼬 트였다…하나은행 '새 먹거리' 될까
시중은행 1위 이어가기 위한 새 수익원 마련 절실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은 '고민'…제휴 요금제 사업에 집중
공개 2023-04-25 06:00:00
[IB토마토 안솔지 기자] 알뜰폰 사업이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하나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직접 진출 여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제휴를 맺고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며 시장에 간접 진출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당시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하나은행을 거래하는 손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융위는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영위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만료일이 다가옴에 따라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관련 규제개선을 요청하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알뜰폰 사업이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됨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해당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이자이익이 지나치게 높다며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타파할 새로운 수익원이자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어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중 1위 자리에 오른 하나은행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마주한 셈이다. 시중은행 1위 자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원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111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3조450억원)과 국민은행(2조7283억원), 우리은행(2조9034억원)을 모두 뛰어넘었다. 하나은행이 순이익 기준 시중은행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기업 대출 규모 덕이 컸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기업 대출 규모는 144조8280억원으로 2021년 대비 14.6% 늘었다. 비이자수익 실적도 좋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4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한 데 비해 선방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부 비용을 실적에 반영하지 않은 영향도 컸다.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 희망퇴직 비용이 발생했고 이를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를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올해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이유다.
 
결국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1위 자리를 지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길이 열렸다는 것은 호재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알뜰폰 시장은 2011년 도입 이후 올해 가입자 수가 1300만명을 넘어서며 규모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가입자의 70%가량이 2030세대로, 새로운 수익원 확보는 물론 MZ세대 신규 고객 유입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알뜰폰 시장에서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 행태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집한 고객 데이터는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은 물론 신규 상품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민은행 리브엠 사업은 알뜰폰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성장도 본 궤도에 올랐다"라며 "국민은행의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은행이 자본력도 우위에 있고 여러 금융 거래에 대한 부가 서비스 혜택을 줄 수 있어 알뜰폰 사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은행들이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후발주자로서 경쟁력과 이익을 가져갈 수 있을지 탐색하는 상황으로 보이며, 금융권에서도 알뜰폰 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단기적인 수익성만 보고 뛰어들기엔 무리가 있는 데다 기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2019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은 올해 3월 말 기준 약 42만명의 가입자 수를 확보했으며, 올해 2월 기준 알뜰폰 휴대폰 후불시장 내에서 약 7%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다만 윤영덕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브엠은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초기 비용 탓에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입이 허용되면서 기존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알뜰폰 7개사에서 32개 상품에 '0원 요금제'를 내놨다.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소구 포인트(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가 없다면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이 큰 셈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KB리브엠은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만들어 이동통신 시장을 유린했다"라며 "이는 영세 알뜰폰 사업자뿐 아니라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알뜰폰 시장 진출과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 등 기존 알뜰폰 시장 진출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고고팩토리 제휴를 통한 간접 진출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알뜰폰 사업 직접 진출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 짓지는 않겠지만 현재는 고고팩토리와의 제휴 사업에 집중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안솔지 기자 digeu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