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재무상태 '악화일로'…못 받은 돈까지 '급증'
부채비율 늘고, 유동비율 줄고…대표적 재무상태 지표 내리막길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 급증…채권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 웃돌아
영업활동현금 2년 연속 악화…장기 매출채권 발생해 203억원 상각
공개 2023-04-14 06:00:00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유동비율이 감소하는 등 기본적인 재무상태 지표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여기에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등 받지 못하고 있는 공사 대금이 점차 커지고 있어 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채권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데다 이전에는 없었던 장기 매출채권이 발생하면서 채권 부실화 가능성도 예상되는 상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82.37%를 기록했다. 이는 67.57%를 기록한 전년보다 14.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부채비율이 65.20%를 기록해 2년 연속 부채비율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부채 증가는 매입채무 증가와 관련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입채무는 1조2478억원을 기록해 2020년 7556억원, 지난해 9534억원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모습.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여기에 유동비율이 2년 연속 감소하면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유동비율은 179.05%를 기록했다. 이는 203.56%를 기록한 전년보다 24.5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유동비율이 222.61%를 기록해 200% 넘는 유동비율을 확보했지만, 2년 만에 200% 이하로 하락한 것이다. 부채 등을 상환할 수 있는 ‘지불능력’ 판단지표인 유동비율은 통상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아울러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채권은 각각 1조589억원, 1조22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8005억원, 9891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0년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이 각각 7062억원, 430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2년 연속 '받지 못하는 돈'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늘면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도 같이 증가한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채권(장기 매출채권 포함) 증가율은 29.8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증가율(19.81%)보다 높다. 특히 지난 2021년 매출채권 및 미청구채권 증가율은 57.48%를 기록해 매출 증가율(2.32%)보다 급격하게 차이가 난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장기 매출채권이 처음 발생했다는 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장기 매출채권 378억원을 인식했다. 이는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계정과목으로 오랫동안 받지 못한 채권이 발생하면서 장기 매출채권을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최초 장기매출채권 규모는 642억원을 기록했지만, 203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했고, 현재가치할인차금 61억원을 제외하면서 최종 37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 현장 원장을 다 확인해야 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계속 돈을 받지 못해서 발생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현재 잡힌 금액은 다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악화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3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1034억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다만,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7289억원이 순유입되면서 전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091억원에서 1조2949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1조1983억원에 달하는 단기금융상품을 팔아 8167억원을 현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재무활동으로 2681억원이 순유출되면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561억원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지난해 단기금융상품을 대규모 현금으로 돌린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매출채권은 받기로 확정된 금액이고, 미청구공사 채권의 경우 일반적으로 마일스톤 계약으로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공정이 진행돼 마일스톤에 도달하면 순차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공정 촉진 등으로 마일스톤을 조기 달성해 자금 회수 시기를 당길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최용민 하루하루 버티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