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기가 다가온다)①코오롱글로벌, '브릿지론' 규모 과다…자본여력 의문
본PF 전 단계인 '브릿지론'…우발채무 리스크 큰 수준
브릿지론 약 5000억원대…사업 포기 가능성 배제 못 해
공개 2023-04-12 07:00:00
지난해 업계를 강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탄'이 터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한 신용평가사는 국내 주요 건설사 11곳의 우발채무 총 규모가 95조원에 달하는 반면, 이들의 보유 현금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IB토마토>는 '부동산 PF'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 3곳을 대상으로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코오롱글로벌(003070)이 '브릿지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신용보강 중 80%에 가까운 금액이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관련 금액이다. 특히 브릿지론 관련 지역도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현금 곳간도 넉넉하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고, 자체 상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오롱글로벌 사옥 전경. (사진=코오롱글로벌)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부동산 PF 관련 연대보증, 자금보충 등 신용보강 규모는 총 6330억원을 기록했다. 연대보증 및 자금보충은 차주인 시행사 또는 특수목적법인(SPC)이 브릿지론 또는 본PF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용공여를 한 건설사가 PF 상환의무를 대신 부담하는 직접적인 보증이다.
 
이 중 주목할 점은 위험도가 높아 우발채무로 분류되는 '브릿지론'과 관련된 금액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의 브릿지론 금액은 약 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보강 금액 중 약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착공 전 단계'인 토지매입 시 이용되는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개발사업 초기에 토지매입 등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중단기·고금리로 차입한 자금이다. 주요 특징은 토지매입의 불확실성, 인허가 위험 등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또한 토지매입과 인허가가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미분양 예상 등으로 충분한 분양대금이 확보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본PF로 전환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브릿지론에 신용공여를 제공한 건설사의 우발채무의 위험도는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여기에 코오롱글로벌이 브릿지론에 신용공여를 제공한 사업장은 대부분 '미분양 위험지역'에 위치해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특히 대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대전의 미분양 물량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또한 향후 입주 물량이 과거 대비 많아 향후 분양 시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 말 기준 대전의 미분양 주택 수는 2698호로 전월(3025호) 대비 10.8% 감소했지만, 약 1년 전과 비교해 급격하게 증가한 상태다. 지난 2021년 12월 말 기준으로는 460호에 불과했다.
 
이러한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은 현재 대전 중구 선화동에서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2개나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초 해당 지역에서 추가로 한 개의 프로젝트를 더 수주했다. 해당 지역에 대규모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6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해당 자금은 대전 중구 선화동 주상복합 사업과 관련한 채무 만기 상환 지원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현장의 브릿지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해나갈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을 두고 내부 셈법이 굉장히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단 사업 추진 의지는 굉장히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해서 대전의 주택시장 상황이 풀리지 않는다면 대우건설(047040)의 사례처럼 사업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대우건설은 울산의 한 주상복합 개발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브릿지론 관련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해당 금액에 대해서 손실을 입더라도 추후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할 수익성 악화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우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재무적 여력 등 상황이 같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4231억원에 달한다. 단기금융상품도 8474억원 규모다.
 
반면 코오롱글로벌의 '곳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코오롱글로벌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711억원에 불과하다. 기타금융자산(1179억원)의 규모도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현장이 지역주택조합 등이어서 일반분양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미분양 위험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PF 관련 자금 조달도 다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