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금 반토막난 SK어드밴스드…SK가스의 사라진 '캐시카우'
PDH 원가부담 증가에 영업이익 적자전환
SK가스, 배당금 줄고 지분법손실 전환
공개 2023-04-11 07: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K가스(018670)가 든든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SK어드밴스드의 실적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SK가스는 에너지기업으로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지분 45%를 보유한 SK어드밴스드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쏠쏠히 챙겼지만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대감을 키우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나마 SK가스의 기존 액화석유가스(LPG) 사업 실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발표된 SK어드밴스드는 2022년 매출이 7267억원으로 전년대비 19.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290억원, 당기순이익은 -12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높아진 원가부담과 글로벌 프로필렌 밸류체인 시황 악화로 파악된다.
 
 
SK어드밴스드는 PDH(프로판탈수소화공정)가 주력사업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나프타를 통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데 PDH는 프로판 가스를 원료로 프로필렌과 수소를 생산한다. 프로판은 나프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원가 경쟁력에서 우수하다고 여겨져왔다. 모기업인 SK가스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고, 폴리미래와 JV로 설립한 울산피피에 프로필렌을 공급하는 등 안정적인 수급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프로판 가격이 급등해 원가 경쟁력이 약화됐다. SK어드밴스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프로판 가격은 2020년 톤당 397달러에서 2021년 648달러, 2022년 737달러로 폭등했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글로벌 화학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프로필렌 다운스트림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PP(폴리프로필렌) 가격이 상반기 1178달러에서 하반기 974달러로 폭락하면서 PP-프로필렌 스프레드가 86달러에서 66달러로 좁혀졌다. PP 생산업체들은 마진 악화로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고 프로필렌 수요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시장 전반에 깔렸다. 프로필렌 밸류체인 자체가 악화되면서 SK어드밴스드 평균가동률은 2020년 98.2%에서 2022년 71.4%로 낮아졌다.
 
SK어드밴스드로서는 원가부담이 증가하는데 판매량을 늘리거나 판가 인상을 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원가부담이 증가해도 수요가 견조하다면 이익을 낼 수 있겠으나 화학 업계에서는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평사들은 작년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SK어드밴스드에 대해 관계사 간 수직계열화된 생산체제로 사업경쟁력이 양호한 회사로 평가했으나 작년 하반기 화학 업황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수요처이자 합작투자사인 울산피피에 의한 SK어드밴스드의 지분법손실은 2020년 24억원에서 2022년 23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울산피피 당기순손실이 569억원으로 작년 230억원보다 적자 폭이 늘어난 탓이다. SK어드밴스드의 울산피피 매출 비중은 58.6%에 달한다.
 
울산피피가 상업가동을 시작한 건 2021년 5-6월이며 울산피피의 램프업과 PP 시황 악화에 따른 정기보수뿐만 아니라 SK어드밴스드의 PDH 역시 가동률을 낮추면서 CAPEX(자본적지출)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어드밴스드의 작년 CAPEX는 320억원으로 245.8% 증가했다. 
CAPEX 부담은 늘어난 반면 프로필렌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현금흐름에 경고등이 켜졌다. 영업활동으로인한 현금흐름이 -952억으로 잡히면서 OCF(조정영업현금흐름)는 -1000억원을 넘어섰고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780억원, 잉여현금흐름은 -136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7억원으로 전년대비 25.4% 줄었고 이익잉여금은 122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나신평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인 동종업계 업체들 가운데 SK어드밴스드의 OCF 및 EBITDA 대비 CAPEX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호황기 말미에 설비투자가 집중됨과 동시에 중국의 대규모 증설 이후 기초유분 공급과잉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SK어드밴스드를 투자자회사로 둔 SK가스로서는 아쉬움이 커졌다. SK가스는 2025년까지 LPG를 비롯해 LNG(액화천연가스), 수소 분야에 2조10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비핵심자산 지분매각, 회사채 흥행, 실적 개선에 따른 이익창출력 향상으로 자금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지분법이익과 배당금을 챙겨주던 SK어드밴스드의 영향력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SK어드밴스드로 인한 SK가스의 지분법이익은 2020년 156억원, 2021년 53억원에서 2022년 -248억원을 기록하며 손실로 전환됐다. SK가스가 2020~2021년 챙겼던 배당금은 19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65.3% 감소한 16억원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SK어드밴스드의 영향력과 비중이 SK가스 전사 규모에 비해 크진 않지만 지분법손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지표상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SK어드밴스드의 실적 개선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PP-프로필렌 스프레드는 49달러로 작년 74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프로필렌의 경우 NCC업체뿐만 아니라 PDH와 같은 On-purpose 설비 증설 증가로 2024년까지도 공급량이 수요 증분을 상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중국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변화에 따라 다운사이클이 길어지거나 다음 호황기 동안의 수익성이 낮을 수 있다"라며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재무적 여력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투자를 단행한 회사는 재무안정성 회복에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SK어드밴스드의 지분법손실이 반영되고 있지만 SK가스의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재무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SK어드밴스드의 실적 악화가 SK가스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SK가스 측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