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최대주주도 손절…위기설 불 붙는 카프로
효성·코오롱, 지분 보유목적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
효성, 3월에만 카프로 지분 절반 가까이 처분
카프로 경영난 심각…감사 한정으로 관리종목 지정
공개 2023-04-05 07: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카프로(006380)가 최대주주의 손절 소식이 전해지며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효성티앤씨(298020)가 카프로 지분을 대거 매도하며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은데 이어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도 카프로 지분 관리에 대해 내부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카프로 경영이 악화되는 가운데 단기간에 반전이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 잡은 상태다. 카프로는 현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신사업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심산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프로의 최대주주였던 효성티앤씨는 지난 27일 5만8289주를 시장에 매도하며 지분율을 10.69%에서 7.37%로 줄였다. 효성티앤씨의 지분 처리로 9.56%를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효성은 보유하고 있던 카프로 주식 509만8217주 중 3월에만 215만900주를 매도했다. 효성은 이미 작년 11월 카프로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코오롱도 지난 1월 단순투자로 목적을 변경하면서 최대주주들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
  
카프로의 주력 사업은 나일론의 원료로 쓰이는 카프로락탐이다. 1974년 당시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던 카프로락탐을 처음 생산했고 여전히 국내 유일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대규모 증설로 물량을 쏟아내기 직전인 2011년에는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2163억원으로 창사이래 최대실적을 거뒀다.
  
당시 효성은 효성일가가 보유한 7.02%를 제외하고서도 카프로 지분 21.04%를 보유하고 있었고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9.89%를 갖고 있었다. 2012년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에 풀리면서 카프로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2016년 효성은 11.65%로, 코오롱은 9.56%로 지분율을 크게 줄였다. 90년대 카프로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양사가 법적공방도 불사했던 과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사진=카프로)
 
최대주주들이 발을 빼는 이유는 카프로의 경영난이 심각한 데다가 실적 개선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카프로는 2022년 매출액이 4272억원으로 전년대비 26.6% 감소했다. 2021년 글로벌 화학시장 호황에 의한 기저효과임을 감안하더라도 2018년 4793억원, 2019년 4402억원, 2020년 2547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474억원, 2020년 –595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020년은 흑자로 전환했으나 36억원에 그쳤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암모니아, 프로판 등 원재료가격 급등에 글로벌 수요 위축까지 겹치며 –1223억원으로 적자 폭이 코로나 이전보다 확대됐다.
 
현금성자산은 2022년 139억원으로 전년대비 68.8% 줄었지만 단기차입금은 2018년 790억원에서 2022년 1258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어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카프로 유동비율은 56.5%로 전년대비 47.7%포인트 내려갔다. 부채비율은 1036.0%로 822.3%포인트 폭등했고 총차입금의존도는 64.5%로 치솟았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초과하면 위험 수준이라고 보는데, 60%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매우 불안한 상태로 판단한다.
 
2019년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지만 매출채권과 유형자산 처분, 차입금 조달 등을 통해 잉여현금흐름을 전년대비 127억 늘린 19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0년 -601억원, 2021년 -460억원에 이어 2022년에는 -480억원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에도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을 처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통상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자본총계는 266억원으로 약 1000억원이 사라졌고 2021년 이익잉여금 328억원은 결손금 1527억원으로 전환됐다. 자본금은 200억원이기 때문에 올해 자금유입이 없으면 자본잠식에 빠질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최대주주들이 발을 빼면서 자금조달 여부도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카프로가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3월 수권자본을 5000만주로 1000만주 상향했으나 이미 4000만주가 발행된 상황이다. 여기에 효성티앤씨가 보유지분을 대거 매각하면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지난 21일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으로 결정타를 맞으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주가는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 2월 말 종가기준 2150원이던 카프로 주가는 3월 말 720원으로 마감하며 한달 새 70%가량 밀려 동전주로 전락했다. 카프로락탐 사업 외에 실질적으로 현금창출 사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업손실이 수년째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출처=네이버 증권)
 
문제는 카프로락탐 시장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카프로락탐은 올해 1분기 평균 가격이 톤당 1679달러로 2022년 평균대비 15.4% 낮게 나타났다. 제조원가 스프레드는 -45달러로 공장 가동률을 올릴수록 손해가 발생해 불리한 입장이다.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가동률을 최저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화학사들도 잇따라 카프로락탐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감산하고 있어 카프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케미칼은 2022년 10월 카프로락탐 사업에서 철수했고 우베는 기존 8만톤 생산능력을 1만5000톤으로 줄였다. 바스프는 2022년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독일 루트비히스하펜 컴플렉스의 카프로락탐 플랜트를 폐쇄하고 벨기에 엔트워프에서만 생산하기로 했다.
 
국내 조사기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카프로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영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카프로락탐 시황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중국 증설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섬유협회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중국업체들의 카프로락탐 증설량이 320만톤에 달한다. 모두 완공되면 중국의 카프로락탐 총 생산능력은 991만톤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카프로의 카프로락탐 작년 생산량은 11만톤에 그쳤다. 조사기관 관계자는 "2023년에도 다운스트림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업황이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며 카프로 전망이 어두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손실을 감안하고 생산해도 태광산업(003240) 외에는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나일론 원사 사업에서 철수했고 효성티앤씨는 일부 물량을 제외하면 주로 네덜란드 피브란트의 중국공장에서 매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은 2021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나일론 공장이 아직 복구되지 않아 나일론을 베트남 등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경영권을 포기한 최대주주들이 카프로 제품 구매를 확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카프로 측은 결국 실적개선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도 카프로락탐 시장 개선 기대감은 꺾였다.
 
카프로는 현재 기존 공장을 활용한 고순도 황산, 유휴 설비를 이용한 잉여수소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계획으로 버티고 있다. 다만, 아직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가 고순도 황산의 경우 전방산업인 반도체 시장 악화로 단기간 내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카프로 관계자는 "황산과 잉여수소 외에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히는 한편 최대주주들의 추가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최대주주들로서는 카프로가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효성은 카프로 경영악화와 최근 대규모 지분 매각에 대해 "향후 일반 투자자 지위에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향후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전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