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임종룡호, 손발 맞출 첫 우리은행장은 누구
김종득·김정기 맞대결 구도에 박화재 가세…상업은행 출신 일색
공개 2023-03-22 06:00:00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종룡 회장 내정자 취임과 함께 새롭게 손발을 맞출 차기 우리은행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던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우리은행 관계사인 윈P&S 대표에 내정되면서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와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의 맞대결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21일 박 전 사장이 레이스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은행장의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임종룡 회장 내정자를 선임하고,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는 경영승계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경영승계프로그램은 주요 보직자 3~4명을 후보군으로 선정해 일정 기간 성과를 분석하고, 최적의 후임자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우리금융그룹 (사진=장용준 기자)
 
앞서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 남아 있어 경영 안정 차원에서 유임에 무게를 두기도 했고, 지주사 부회장직을 신설해 승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던 상황이다. 실제로 이 은행장이 사퇴를 표명한 7일은 우리금융이 자추위를 개최한 날이기도 하다. 자추위에서는 임기가 끝난 8개 계열사 대표이사(CEO)를 추천했으나 우리은행장 후임 인사를 결정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지주로서는 당초 오는 12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던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지난 7일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에 앞서 사의를 표명하면서 급작스럽게 차기 은행장을 선임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대 금융지주사(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들의 은행 의존도 평균은 78.3%였는데, 신한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65.6%, KB금융지주 67.9%, 하나금융지주 87.4%였던데 반해 우리금융은 92.1%에 달했다.
 
은행 의존도는 금융지주사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비중이 낮을수록 지주사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우리금융지주는 경쟁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계열사들이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은행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은행장의 역할이 그 어느 금융지주보다도 중요하다 보니 새 은행장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행장이 손태승 회장 용퇴 이후 후임자 인선에서 임종룡 내정자와 대결 구도를 그린 바 있어 추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용단을 내린 것 아닌가 싶다"라며 "현 상황에서는 전혀 새로운 인물보다는 내부 출신이 차기 은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 유력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과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등이다. 당초 박 대표 내정자가 우리은행 관계사 윈P&S 대표로 내정되면서 차기 후보군에서 빠지는 것으로 봤다.
 
이에 차기 우리은행장에는 김종득 대표와 김정기 대표의 맞대결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이다.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는 1990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비서실 실장, 본점영업본부장, 검사실 본부장, 자금시장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보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지난 2020년 우리종합금융 대표를 맡아 지난 2년간 실적 성장과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올해 초 우리금융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도 올랐다.
 
이에 맞서는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또한 상업은행 출신으로 지난 1989년 입행한 이후 우리은행 경영감사부장, 전략기획부장, 개인영업전략부장, 기업그룹장 부행장,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의 요직을 역임했다. 영업과 인사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지난 2020년 초 우리은행장 숏리스트에 포함되는가 하면, 올해 초 우리금융 차기 회장 롱리스트에도 오른 바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우리카드 대표에 올라 2022년 카드업계에서 하나카드를 제치고 3위를 기록하는 성과도 냈다.
 
이같은 대결 구도 속에 다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박화재 전 사장은 1961년생으로 1980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 서초영업본부장, 업무지원그룹 상무, 여신지원그룹 상무,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지주 사장에 오른 뒤 2인자로서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 계열사 시너지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당초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박 전 사장을 은행장 후임으로 고려했다는 설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후보군에 오른 3인은 모두 상업은행 계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화재 전 사장은 관계사 대표로 내정된 것이니 만큼 은행장 후보가 될 수 있다"면서 "최근 임명된 관계사·자회사 CEO 등은 모두 은행장 후보에 오를 수 있고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