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뀌는 KDB생명…매각 선결 과제는 '자본관리'
대주주 불확실성으로 경상적 체력 약화…자본적정성 개선도 불확실
올해 5번째 매각 추진…IFRS17·K-ICS 등 새로운 제도서 성과 보여야
공개 2023-03-22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DB생명이 올해 매각이라는 최대 과제를 놓고 경영정상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 시선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대주주 KDB산업은행이 매각 의지를 강력히 내보이는 가운데 산업은행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금융당국 출신을 새 대표이사로 내정해 매각설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관건은 새로운 회계제도에서 수익성이나 자본적정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로 평가되는데 아직 미흡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내정했다. 이사회는 후보자를 단독으로 추천했으며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임 후보자에게 내려진 최대 과제는 매각을 위한 경영정상화다.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산업은행 계열로 편입된 KDB생명은 그간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매각 작업이 다시 추진됐는데, 당시 강 회장은 최대한 빨리 팔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현재 KDB생명은 다섯 번째 매각 공고를 발표하고 새 인수자를 찾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수 의향자가 있는지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라면서 “과정이 진행 중이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는 우수한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지표로 성장성을 입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각가 산정 격차를 줄여야 한다. KDB생명의 지난 5년간 주요 재무지표 추이를 살펴보면 순이익(K-IFRS 별도)은 △2017년 –761억원 △2018년 64억원 △2019년 345억원 △2020년 426억원 △2021년 232억원으로 나타난다.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난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7조5203억원에서 20조4855억원으로 늘었고, 자기자본은 4339억원에서 8918억원으로 증가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1%, 2.4%로 개선됐다. 지급여력 수준을 나타내는 RBC 비율은 2017년 108.5%에서 2018년 215.0%로 상승했지만 이후 점점 떨어지며 2021년 168.9%로 내려갔다.
 
지난해 잠정 실적은 순이익이 483억원으로 전년보다 108.2%(251억원) 늘었다. 다만 이는 채권 금리가 상승해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연법인세효과를 미계상한 영향이 컸다. 이연법인세는 기업회계 과세금액과 세무회계 과세금액이 서로 달라 그 차이를 처리하는 항목이다. KDB생명의 지난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483억원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보험업계에 새로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K-ICS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다. IFRS17과 K-ICS 도입은 과도기적 시점인 만큼 어떤 가정이 적용되고 보험사가 어떤 전략으로 계산하는지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를 매수하려는 원매자 입장에서 변동성 요인으로 가치 판단이 쉽지 않아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KDB생명은 회사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역설적으로 대주주 불확실성 탓에 경상적 영업기반이 약화된 상태다. 지난 5년간 수입보험료가 3조2973억원에서 2조4702억원으로 감소했고, 등록설계사 수도 2491명에서 912명으로 크게 줄었다. 업계 평균보다 높은 위험수익률(5년 평균 96.7%)로 위험률차이익(사차익)의 이익기여도가 낮고 이차손익 부담이 저수익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열위한 보험부채 구조뿐만 아니라 자본적정성 측면에서도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ICS 체계에서 자본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RBC 비율은 171.1%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는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만 리스크 산출 기준이 정교해지는 K-ICS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나 자본성증권에 대한 의존도가 이미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6077억원이고 이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2129억원으로 나타난다. 만기가 남아 있는 후순위채(제7·8·9회차)는 4375억원으로 확인된다. 지급여력금액은 1조5059억원 수준이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ICS 비율은 새로운 제도에서 부채가 어떻게 평가될지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큰데, 기존의 보유 계약은 손댈 수 없는 변수로 보고 자본 측면에서 보자면 회사 매각이 걸려 있어 유상증자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라면서 “자본성증권 발행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새로운 대표이사가 부임하기 전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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