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투자 급한데…영업현금 '역대 첫 적자'
지난해 1472억원 순유출…공시시스템 도입 이후 처음
투자금 늘어 외부 차입까지…해외 동박 공장으로 실적 개선
공개 2023-03-20 07:00:00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SK그룹의 친환경 및 미래 소재 산업을 담당하는 중간지주사 SKC가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이 1천억원 이상 손해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 전자공시시스템 도입 후 처음이다.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황에서 유형자산 등 대규모 투자금 지출이 늘면서 외부 현금 유입을 크게 늘렸다. 회사는 올해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가동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KC는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4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자공시시스템이 도입된 1998년 이후 첫 순유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업력이 47년차라 SKC 창사 이래 첫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인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지난해 246억원의 당기순적자를 기록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 출발부터 악영향을 미쳤다. SKC는 지난해 영업이익 2203억원 및 기타수익으로 2009억원를 인식했지만, 금융비용으로 1145억원을 비롯해 세후중단영업손실 1929억원 기록하면서 전체 당기순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세후중단영업손실은 지난해 한앤컴퍼니에 필름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SK넥실리스 정읍 공장. (사진=SKC)
 
다만, 세후중단영업손실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표에 따르면 매각예정자산처분손실 1946억원이 비현금비용으로 조정되면서 실제 현금 유출이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운전자본인 자산부채의변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고자산(2217억원)과 미수금(159억원)이 늘면서 현금 순유출을 발생시켰다.
 
문제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둔화된 상태에서 유형자산 등 투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 금액이 7493억원을 기록해 3342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다만,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3812억원)을 처분하면서 전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즉, 전체 투자활동 기조가 지분투자에서 유형자산 취득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지 못하면서 시설 투자를 위한 금액은 대부분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해야 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8755억원 순유입을 기록해 2635억원 순유입을 기록한 전년보다 232.30% 늘었다. 구체적으로 유동성장기부채를 상환하면서 1조원 넘게 현금이 나갔지만, 새롭게 1조5349억원 장기 차입하면서 전체 재무활동현금흐름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체 현금은 4793억원 늘면서 전체 현금및현금성자산도 7222억원에서 1조원을 넘긴 상태다. 아울러 SKC는 지난해 단기금융상품(3660억원)을 2021년(70억원)보다 크게 늘렸다. 모두 상각후원가 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돼 있어 만기시까지 보유할 목적이지만, 단기금융상품이라 실제 만기는 1년 미만으로 언제든 투자금으로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실제 SKC는 향후 투자금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는 특히 올해 투자비를 전년 대비 3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투자비 중 70%가 동박 해외 공장 증설과 음극재 파일런 양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SKC의 2차전지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지난해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동박 시장은 2018년 1조5천억원 규모에서 2025년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C는 SK넥실리스를 통해 올해 실적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6천억원이 투입된 말레이시아 공장은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전력비용이 국내 대비 약 60% 낮아 고정비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SKC는 지난해 전력비 상승 여파로 원가율이 급등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 매출은 전년보다 38.63% 성장했지만, 수도광열비가 2895억원을 기록해 전년(1668억원)보다 73.57% 급증했다.
 
여기에 SK넥실리스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시에 연산 5만톤 규모의 동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부터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전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통해 전기요금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할 예정이다.
 
다만,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올해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7445억원, 영업적자 11억원을 예상한다. SK넥실리스의 출하량 회복은 기대되나 연초 동박 가격 강세와 전력비 인상 영향으로 수익성은 6.3%에 그칠 전망”이라며 “말레이시아 가동에 따른 믹스 개선, 리오프닝 효과에 의한 스프레드 개선으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하반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C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가동으로 판매량 확대 및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화학 사업은 시황 회복에 맞춰 주요 시장의 현지 마케팅 강화로 중장기 대형 공급계약을 추진하는 등 수익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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