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유동성 점검)①주인 바뀐 네오펙트…경영정상화 가능할까
이스트게이트에 경영권 매각…M&A 규모 280억원
요원해진 적자 탈출…누적 결손금 719억원
재무활동으로 충당해 온 현금…유동성 압박 부메랑 돼
유럽·미국 등 해외 시장 확대…"올해 안에 손익구조 개선할 것"
공개 2023-03-15 07:00:00
자금난에 처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 기술적 가치를 앞세워 투자금을 끌어모았는데, 최근 주가 하락과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가 잇따르며 유동성 압박을 이중으로 겪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라 대체 자금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금난이 점차 심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IB토마토>는 코로나19 시기 주목받았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코스닥 시장 상장 후 기업가치가 1289억원에 이르던 인공지능(AI) 재활의료 기업 네오펙트(290660)가 신기술사업금융사인 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먼트(이하 이스트게이트)에 인수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네오펙트가 상장 밸류의 20% 수준으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지난 2021년으로 끝났음에도 적자가 지속되자 경영 실패를 자인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네오펙트의 원격 재활의료기기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사진=네오펙트)
 
13일 IB업계에 따르면 네오펙트의 최대주주인 반호영 대표이사는 보유 지분 195만6983주(10.16%)를 이스트게이트가 운용하는 스칸디신기술조합 제278호와 프렌다신기술조합 제271호에 각각 118만6184주, 77만799주씩 양도할 예정이다. 올 초 계약금 8억원을 지급했으며, 잔금 72억원은 정기주주총회 2영업일 전에 주기로 했다. 주총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내달 중에 개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네오펙트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도 진행한다. 이스트게이트는 오는 17일과 30일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대금은 총 50억원으로 납입이 완료되면 네오펙트의 지분 24.35%를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하이브신기술조합 제270호를 통해 2·3·4회차 CB를 150억원에 인수한다. 양수도 대금과 유상증자·CB 납입금을 합한 인수·합병(M&A) 금액은 총 280억원이다.
 
상장 밸류 1300억원 이르던 회사…시총 1500위권 밖으로
 
네오펙트는 2010년 반호영 대표가 설립한 AI 재활훈련 솔루션 개발기업이다. 신경계·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재활을 돕는 주요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18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 트랙으로 상장했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진행 당시 550억원이었던 기업가치는 상장 후 1289억원까지 증가했고,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도 주요 제품을 시상대에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이른바 ‘비대면 테마주’로 묶이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원격의료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2020년 중순 네오펙트는 일일 거래량이 1000만주에 육박하기도 했으며, 주가는 장중에서 6000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거듭된 만성 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주가는 1000원 초반대에 머물며 지금은 시총 1500위권 밖으로 넘어갔다.
 
이스트게이트가 네오펙트를 인수하기 위해 투입하는 280억원은 이날 시가총액(254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그러나 주주들 사이에서는 한때 한 달 거래량이 3000만주를 넘어서기도 했던 네오펙트가 헐값에 팔리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주주는 “아무리 적자기업이라지만 한때 시가총액이 1000억원도 넘었던 걸 생각하면 280억원은 너무 저렴한 가격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80억원이 충분히 높게 쳐준 금액이라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이스트게이트는 반 대표의 주식을 주당 4087원에 양수할 예정인데, 이는 계약을 체결했던 지난 1월6일 네오펙트의 주가(1515원)보다 2.7배 높다. 여기에 유상증자 참여와 CB 인수까지 하기로 했으니 원매자 입장에선 웃돈까지 붙이는 셈이라고 말한다.
 
만성 적자에 현금창출 부진…경영권 매각이 돌파구 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오펙트의 재무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네오펙트는 2018년 IPO를 진행할 당시 상장 직후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회사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밝힌 추정 영업이익은 2018년 3억원, 2019년 22억원, 2020년 98억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록한 영업이익은 2018년 –52억원, 2019년 –136억원, 2020년 –142억원이다. 2021년과 지난해 3분기까지도 –77억원, -63억원을 나타내는 등 적자탈출이 요원한 상황이다. 순손실이 반복되며 누적된 결손금은 719억원에 육박한다.
 
 
 
지지부진한 현금창출력이 오랜 적자의 원인이다. 네오펙트의 최근 3년(2019~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총 –278억원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회사가 영업활동을 펼쳐 유입된 현금보다 빠져나간 현금이 많다는 뜻이다. 네오펙트는 적자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증자를 진행하거나 CB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창출해 왔다.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한 중소규모 기업들이 택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같은 기간 회사의 재무활동현금흐름은 354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오펙트는 그동안 어렵지 않게 유상증자·CB 투자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는 유동성을 압박하는 리스크가 됐다. 신주가 늘어난 탓에 주식 가치가 희석됐으며,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까지 떨어진 CB는 투자자들의 상환 요청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140억원 규모 1회차 CB에 대한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됐는데, 채무이행자금 부족으로 33억원 중 29억7000만원을 11월에 갚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8억원으로 상장 직후였던 2018년 말(222억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관리종목 지정 우려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코스닥 상장사는 3개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세전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특례제도로 코스닥에 입성하면 해당 요건은 3년간 유예된다. 2018년 11월에 상장한 네오펙트는도 지난 2021년 면제 기간이 종료됐다. 지난해 3분기 말 네오펙트의 세전손실률은 61.5%다. 올해까지 실적 개선의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당장 관리종목이 지정될 상황은 아니지만, 매출을 확대해 세전손실률을 줄이거나 자본을 확충할 필요성은 요구된다.
 
관건은 네오펙트가 이번 경영권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다. 회사는 올해 안으로 손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반 대표는 또한 주식 양수도 계약이 끝나면 최대주주 자리에선 내려오지만,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 않고 경영 정상화를 꾀할 예정이다.
 
네오펙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지닌 기술이나 사업아이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권위자가 필요한 만큼,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며 “올해부터 사업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진행해 손익구조를 크게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제품 판매량이 늘고 있는데, 여러 나라가 붙어 있는 유럽 특성상 시너지가 예상된다”라며 “미국과 국내에서도 대형병원 등 여러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시간상의 문제가 있을 뿐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