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로 전기차 치킨게임 승기 잡는다
전기차 가격 경쟁…보급형 모델로 승부수
옵션·성능·주행거리 등…시장 우위 평가
공개 2023-02-28 18:57:31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치킨게임(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가격 경쟁을 지속하는 것)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기아(000270)가 소형 전기차 EV3로 승부수를 던졌다. 같은 그룹의 현대차(005380)가 소형 전기차 코나로 유럽에서 인기를 끈 만큼 해볼 만한 대결이라는 분석이다. 
 
기아가 2021년 출시한 EV6. 기아는 소형 전기차인 EV3를 내년에 출시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노린다는 평가다.(사진=기아)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 간 고용안정위원회는 내년 경기도 광명공장에서 전기차 신차인 EV3(소형)와 EV4(준중형)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상반기 EV9(대형), 하반기 EV7(중형)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는 현재 2021년 출시한 최초의 전기차 EV6를 화성3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EV3의 빠른 생산 결정은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치킨게임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 차량 판매가 줄어들자 같은 해 10월 중국에서부터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올 초에는 아시아, 유럽, 미주 시장에서도 최대 20%까지 가격을 낮췄다. 파격적인 가격 인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10%를 넘는 테슬라의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이 있다. 테슬라로서는 이익을 조금 포기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은 테슬라와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업계 1위인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 나서면 동급 모델을 보유한 타 완성차업체도 가격할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3가 가격을 인하하자 포드도 동급의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5900달러 인하했다. 글로벌 완성차업계 입장에서는 전기차 개발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붓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인 경쟁까지 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기아의 EV3 출시는 전기차 치킨게임의 정면 돌파로 읽힌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고급차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저가형 차량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소형 전기차인 EV3는 3000만원대의 보급형 차량으로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낮추고 상품성은 높여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내년에 EV3가 출시되면 현대차 코나EV(전기차)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코나EV는 화재와 브레이크 고장 문제 등으로 국내에선 단종됐지만, 유럽에서는 출시 3년 만인 2020년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할 만큼 인기다. 2021년에는 유럽 전기차 베스트셀링 톱 7에 오른 바 있다. 코나EV 1세대 가격은 4361만~4890만원 수준이다. 이보다 1000만원 가까이 가격을 내린 EV3가 출시되면 더욱 주목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기아는 오는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을 비롯해 총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사진=기아)
 
EV3의 빠른 출시는 기아의 신차계획 발표로도 짐작된다. 기아는 2021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당초 내년 라인업에 EV3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EV6만 출시된 상태였으나 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과 중형차종인 EV9과 EV7, 내년에 소형과 준중형인 EV3·EV4를 선보일 계획이다. 앞선 2년 동안 단 1종을 출시했던 기아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전기차 라인업을 4종이나 늘리는 속도전을 예고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EV3의 이른 출시를 동급의 테슬라 전기차 모델2와 연결짓기도 한다. 2025년 양산 예정인 모델2 보다 EV3를 먼저 출시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모델2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을 2만5000달러(약 3308만원) 수준으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일찍 진입한 기업은 기술 우위와 유통망, 인지도에서 우위를 점하는 선점효과를 누린다. EV3가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경우 수요층이 겹치는 테슬라 모델2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기업 사이에서 반값 전기차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기아가 EV3를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모델2에 비해 선점 효과를 누리려면) 옵션이나 성능, 주행거리 등 차량의 여러 요소가 뛰어난 가성비로 구현되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테슬라는 오는 3월1일 ‘인베스터 데이(투자자의 날)’을 개최하고 보급형 전기차 모델2(3000만원대 초반 예상)에 대해 설명을 할 것으로 알려져 업계 긴장을 더하고 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