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투명한 회계부터 시작해야
공개 2023-03-03 06:0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요즘 노동조합의 회계투명성 논의가 뜨겁다. 사립대학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학혁신 지원사업’이 마무리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학혁신 지원사업’은 사립대학의 회계 투명성 확보와 법인 운영의 공공성 등을 위해 교육부가 5개 대학을 선정해 지난 2년간 재정지원을 했고, 사립대학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주식회사와 같은 영리법인은 소액주주와 채권자, 소비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므로 오래전부터 회계투명성이 중요시되었지만 비영리법인에 대한 회계투명성이 강조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니다. 과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투명성 논란, 최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 등이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논란은 그 단체가 법적으로 어떤 판단을 받는가와 관계없이 그 비영리법인뿐만 아니라 다른 비영리법인의 투명성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투명한 회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철저히 따져보면 일부 잘못된 부분도 발견될 수 있으나, 이는 조직적인 ‘부정’이라기보다는 ‘오류’인 경우가 많다. 부정과 오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도’가 있는가다. 즉, 의도적이면 부정이고, 의도가 없는 단순 실수라면 오류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학의 회계부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전체 사립대학이 불투명한 회계를 하는 것처럼 오해받기도 한다. 
 
아직도 회계투명성을 얘기하고 있냐며 이제는 회계투명성보다는 회계의 본래 역할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회계의 목적은 ‘이해관계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회계를 경제적 의사결정에 어떻게 유용하게 잘 활용할 것인가’는 따지지 않고 계속 회계투명성만 논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회계가 투명하지 않으면 재무제표와 같은 회계정보를 믿을 수 없고, 회계정보를 믿을 수 없다면 이해관계자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회계투명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논란을 보면서 다시 한번 회계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모든 조직의 활동은 ‘투명한 회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회계투명성이 강조되다 보니 마치 회계투명성이 최종 목표인 것처럼 오해받기도 한다. 회계투명성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그 조직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최소한의 요건이다. 시작이 잘 못 되면 그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나 잘 안다.
 
둘째, 회계투명성 요구는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조직이 본래의 설립 목적을 잘 달성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투명하지 않은 회계는 존재할 수 없고, 어떤 조직이든지 회계투명성을 의심받으면 그 조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선의의 목표들의 정당성이 의심받는다. 따라서 그 조직이 본래의 설립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해서는 회계투명성이 꼭 필요하다. 
 
셋째,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상호 이해와 협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관련 조직의 당사자들은 회계투명성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주위에서는 이들의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와주어야 한다. 회계투명성 요구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회계투명성 자체로 중요시되고 존중되었으면 한다.
 
최근에 노동조합이나 사립대학의 회계투명성 기사를 보면서 회계의 중요성과 투명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비영리법인의 모든 당사자들이 ‘투명한 회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하고, 마음을 열고 회계투명성 확보에 주력하였으면 한다. 그래야 비영리법인의 본래 설립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당사자들도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한다.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나 투명한 회계에 공감하고 노력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