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A등급 회사채에 수요 몰리는 이유
SK케미칼·신세계푸드 등…수요예측서 대거 자금 몰려
이익률 등 주요 사업 성과…탄탄한 기초 체력도 한몫
국고채 금리 상승도 원인…A등급이 크레딧 스프레드 더 커
공개 2023-02-27 06: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A등급 회사채 인기가 높아 그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A등급은 비우량채로 분류돼 우량채인 AA등급 이상과 달리 회사채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초 체력이 탄탄한 회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아울러 최근 국고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AA등급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A등급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사진=SK케미칼)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SK케미칼(A+/안정적)은 제13-1회, 13-2회, 13-3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SK케미칼은 수요예측에서 1조1400억원의 주문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올해 A급 회사채 중 최대 주문액이다.
 
SK케미칼의 수요예측 흥행 이유로는 기업의 단단한 기초체력이 꼽힌다. 주력제품인 코폴리에스터 사업 호조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코폴리에스터는 탄소저감 효과를 인정받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다. 플라스틱 1000톤 대체 시 온실가스 1921톤을 줄이는 효과를 내 국내 및 해외 고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SK케미칼이 최근 공개한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1조2560억원)과 영업이익(1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31% 증가했다. 석유화학업계 업황 저하로 주요 기업이 적자를 기록해 SK케미칼의 이번 실적이 더욱 눈에 띈다. SK케미칼 IR자료에 따르면 코폴리에스터를 포함한 사업부 실적은 영업이익률이 13.9%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SK케미칼은 2022년 잠정실적 IR자료에서 견조한 별도기준 실적을 나타냈다.(사진=SK케미칼)
 
SK케미칼 뿐만 아니라 다른 A등급 회사채도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A+/안정적)은 최근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9700억원을 모았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정유·화학제품 중요 생산기지라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세계푸드(031440)(A+/안정적)는 500억원 모집에 1950억원, 하나에프앤아이(A/안정적)도 800억원 모집에 622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친환경 사업 볼트온 전략(동종업계 기업 인수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주목받는 SK에코플랜트(A-/안정적)도 1000억원 모집에 5080억원이 몰려 발행금액을 2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우량채로 분류되는 AA등급만 선호되던 이전과 온도차가 있다. 이는 AA등급 이상 회사채와도 비교된다. SK하이닉스(AA/안정적)는 당초 모집금액(7000억원)의 3배(2조5850억원)를 모집하는데 그쳤다.
 
(사진=삼성증권)
 
특히 최근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AA등급과 A등급의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우량채인 AA등급 이상부터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가 시작된다. 상대적으로 비우량채인 A등급은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가 더디면서 AA등급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크레딧 스프레드란 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금리를 뺀 부분으로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을 말한다. 국고채 금리가 높아지면 크레딧 스프레드 구간이 줄면서 수익률이 떨어진다.
 
실제 삼성증권이 최근 인포맥스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크레딧 스프레드가 AA등급 이상 우량 등급 3년물 위주로 큰 폭으로 축소됐다. 이때 상대적으로 AA등급보다 A등급의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속도가 느려 우량한 A등급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주 하반기 국고채가 급등하며 이번주 회사채 시장은 AA급과 A급이 혼조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2일 진행한 GS건설(006360)롯데케미칼(011170)의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로 드러났다. A등급인 GS건설(A+/안정적)은 1500억원 수요예측에서 219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반면, AA등급인 롯데케미칼(AA+/부정적)은 전체 3500억원 모집에 6200억원이 몰리긴 했지만, 3년물(2500억원)이 미매각될 뻔 했다. 지난달 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101.75%가 초과청약돼 1조2155억원을 조달한 것과 온도차가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금리 급등으로 장기 국채 금리인 국고채 10년 금리는 기준금리를 상회했으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개월 CD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 스프레드 확대로 등급별 양극화보다는 A등급 내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나 우량그룹 계열사인 SK케미칼의 수요예측이 성공한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