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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본업 좋은데 저평가된 기업, 주주행동주의 타깃
일종의 투자철학…기업 문제 주주활동으로 개선 목표
공개 2023-02-27 06: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주주행동주의가 오는 3월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이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촉발된 ‘동학개미운동(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돌풍)’으로 소수주주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대주주 이익 추구에 골몰하던 상장사는 모든 주주, 특히 소수주주의 이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잠정실적 발표에서 다수 기업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카드를 들고나온 이유다.  
 
최근 소수주주 권익 보호에는 트러스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 등 자산운용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10여년 전부터 주주행동주의를 실천해온 자산운용사로 잘 알려졌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을 만나 주주행동주의와 주주활동 의의에 대해 알아봤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사진=트러스톤자산운용)
 
다음은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나 태광산업 등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주행동을 하는 계기와 이유가 있다면.
△주주행동주의는 일종의 투자철학이다. 우리는 어떤 기업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주주활동을 통해 개선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이 BYC(001460)나 태광산업이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행동은 히스토리가 있다. 2013년 이미 한라그룹(현 HL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만도(현 HL만도(204320))를 통해 한라건설(현 HL D&I(014790)한라)을 우회 지원한 문제를 지적하며 주주활동을 시작했다. 한라그룹은 결국 소액주주 입장을 대변하는 사외이사 선임 등 3가지 지배구조 개선을 시행했다. 만도 사례 이외에도 대림산업(현 DL(000210)·DL이앤씨(375500)), KB손해보험 등 성공 경험도 있다.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주주행동을 하는 이유다. 주주행동이 주식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   
 
-주주행동 대상 기업 선정기준이 있나.
△본업은 좋은데 저평가된 기업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태광산업(003240)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17배다. 이런 기업은 거의 없다. 심지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EV/에비타는 –1.55배이다. 태광산업을 인수하면 회사 가치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주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지배구조 문제는 우리가 주주활동을 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눌려있던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BYC나 태광산업도 사적인 감정 없이 위와 같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선정했다. 
  
-최근 배당 늘리기나 자사주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나선 기업들이 많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소액주주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먼저 배당성향을 높이면, 주식 저평가 해소로 경기침체 등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20% 정도다. 낮은 배당성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가 심한 이유다. 대만은 GDP(국내총생산)가 한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시가총액 규모는 유사하다. 대만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50%로 전반적으로 한국의 배당성향이 낮다. 우리나라도 배당성향을 높이면, 저평가 해소로 경기침체 등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 또 한국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가 없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사주 상호 교환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소액주주 입장에서 보면 주식 가치 상승과 무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자사주소각도 소액주주에 대한 환원을 늘리는 활동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외에도 얼라인파트너스나 강성부 펀드(KCGI) 등 행동주의 펀드 활동을 일각에선 과거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엘리엇이나 소버린 등 외국계 헤지펀드와 연관 짓는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타사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엘리엇이나 소버린 등 외국계 헤지펀드와 주주행동주의를 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별로 없다. 주주행동주의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한국형 주주행동주의는 마일드(부드러운)한 측면이 강하다. 우리는 기업을 선정하고 1~2년여간은 비공식 대화와 제언, 레터를 보내는 식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진행한다. 비공식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만 공개서한, 주주제안 등에 나선다. 소수주주 권리 찾기에 앞장서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주주행동주의 펀드 규모는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가. 
△최근 한국의 행동주의 펀드 규모가 큰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과 다르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자금을 다 합쳐도 1조원이 안 될 것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규모가 10조 달러(약 1경2900조원) 수준이다. 규모가 비교도 안 된다. 국내 행동주의가 대기업을 상대할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애꿎은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말도 나오나 모든 중견기업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이야말로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YC 같은 경우 공정거래법상 자산 2조원 이하 기업은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대주주 특수관계자인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굉장히 많이 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주주제안이 있나.
△BYC에 대해서는 기타비상무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과 배당 확대, 액면분할 등을 제안했다. 태광산업은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 배당 확대, 액면 분할 등을 제안했다. 두 회사에 모두 감사위원 선임을 주주 제안한 것은 감사위원이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어 내부거래나 황제경영 같은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은 2020년 상법 개정으로 분리선출제가 시행됨에 따라 소수주주 입장에서 유리해진 측면도 감안한 것이다.
 
-향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목표가 궁금하다. 
△자산운용업은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존경받는 운용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무도 있다고 본다. 국내에 주주행동주의 깃발을 꽂은 만큼 앞으로도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주주행동주의 리딩운용사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