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사 신사업 진단)②E1, 사업 투자 안하고 금융에 '몰빵'?
태양광 및 풍력 등 신사업 추진 시작…다만, 투자 시기·규모 등 청사진 '부재'
지난해 금융 및 파생상품 투자 늘어 …단기차입금 늘려 금융상품 투자 추정
공개 2023-02-24 06:00:00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가스사들도 이산화탄소 과배출 사업에서 저탄소, 무탄소 친환경 사업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스사들의 친환경사업은 일반적으로 현재 액화석유가스(LPG)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소와 신재생 사업을 강화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가스사들의 신사업 진척 상황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사업비 조달 방법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국내 LPG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E1(017940)이 신사업 확장 기로에 선 모습이다. 최근  태양광이나 풍력·수소 등 완전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신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확정 등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 추진하는 신사업이 기존 LPG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없는 구조라 쉽게 투자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현금이 기타금융자산과 파생상품자산에 묶인 상태다.
 
2022년7월 E1은 수도권에 LPG 복합 수소충전소 3곳의 문을 열었다. 사진은 과천충전소 전경.(사진=E1)
 
21일 업계에 따르면 E1은 지난 2020년 초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사업개발실을 신설하고, 신사업 추진을 시작했다. 신사업개발실은 신재생IPP(민자발전사업)와 사업개발TF(특별전담조직) 등 2개로 구성됐다. 중심축은 신재생IPP팀으로 태양광·풍력·수소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한다.
 
E1은 먼저 태양광으로 신사업 첫발을 뗐다. 신재생IPP팀 출범 후 반년도 안 되어 강원도 정선에 6만9166㎡(약 2만900평) 부지에 8MW급 규모 태양광 발전소 준공식을 열었다. 이 발전소는 월평균 87만 킬로와트시(kWh), 연간 1000만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회사는 또 올해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강원도 영월군에 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풍력 터빈 총 11기를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는 46.2MW급 규모다. 연간 3만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주민참여형 방식으로 추진되어 사업개발에 따른 이익을 지역 주민과 함께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E1에 따르면 풍력 에너지와 관련해 해상풍력 등 대규모 사업 진출도 눈여겨 보고 있다.
 
아울러 수소는 E1의 대표 신사업 중 하나다. E1은 전국 380개소에 달하는 LPG 충전소를 전기차나 수소차 충전소로 변경할 계획이다. 기존 LPG 충전소의 넓은 부지를 활용해 수소·전기차 등의 충전을 할 수 있어 시너지가 예상된다. 지난해 수도권에 LPG 복합 수소충전소 3곳이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올해 LS일렉트릭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LS그룹 오너 3세 구동휘 E1 전 신성장사업부문 대표이사가 관심 있게 챙긴 신사업이기도 하다.
 
 
문제는 신사업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아직까지 세워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반면 E1의 신사업은 ‘친환경 에너지’로 주제만 정했지 각 신사업별 투자 규모와 시기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구체적인 목표가 정해지지 않아 신사업비 조달을 위한 계획도 세우기 힘든 모습이다.
 
경쟁사인 SK가스(018670)가 20205년까지 친환경 사업전환을 목표로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과 대조된다. SK가스는 지난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LNG·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무건전성을 위해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을 180%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E1이 신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와 시기 등 청사진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현재 대부분의 현금이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에 투자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기타금융자산 1977억원, 파생상품자산 13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44억원, 630억원을 기록한 2021년 말 대비 각각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기타금융자산과 파생상품자산 투자금은 대부분 차입금을 통해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단기차입금은 2021년 말(2833억원)보다 지난해 3분기(8682억원) 206.5% 급증했다. 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65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단기차입금을 대폭 늘려 금융상품 등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E1의 재무안전성은 저하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E1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3조2172억원으로 2021년 말 기준 2조6259억원 보다 18.4%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 증가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도 219.6%를 기록해 191.2%를 기록한 2021년 말보다 28.4%포인트 증가하며 안정 기준인 200%을 넘어섰다. 동시기 순차입금의존도도 39.8%로 안정권으로 평가되는 30%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다만, 향후 몇 년간 사업실적 호조가 예상돼 당장 사업비 마련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E1은 지난해 산업용 LPG 수요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LPG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실적이 상승했다. 업계는 한동안 대외적인 영향으로 LPG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E1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E1은 LPG 취급 회사다. LPG 차량이 많이 줄어 신사업을 고민하던 중에 기존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지속하자는 의미에서 태양광·풍력·수소 등을 선정하게 됐다”라며 “(사업추진이 더디다는 의견도 있지만) 에너지 사업이 규모도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 (E1은)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