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보툴리눔, 바람 잘 날 없지만…올 초부터 수출 ‘300억원’ 돌파
1월 수출액 323억원…작년 1월보다 13.7% 증가
국내 기업 해외 진출 노력, 수출 호조 견인해
공개 2023-02-15 17:41:51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이 올 초부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균주 출처를 둘러싼 업계 내 각종 분쟁이 무색하게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 노릇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 (사진=대웅제약)
 
올해 1월 수출액 300억원 돌파…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넘어
 
1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보툴리눔 톡신 제제(HS코드 3002.49.1000, 3002.90.9000 합산 기준) 수출액은 2512만7000달러(한화 약 323억원)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2211만5000달러(약 284억원)를 13.7% 정도 뛰어넘었다.
 
이는 보툴리눔 톡신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미용 시장에 지난해부터 활기가 돌면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요도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75억1000만 달러(약 9조6353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21년 34억5000만 달러(약 4조4264억원)보다 두 배 넘게 커진다는 것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개발기업의 해외 진출도 수출 호조를 견인한 모습이다. 미국·유럽 등에서 판매 중인 대웅제약(069620)의 ‘나보타’는 지난해 3분기에만 누적 800억원의 수출액을 돌파했다. 나보타는 수출 규모는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지난 2021년 1분기 수출액은 79억원 정도였으나, 1년 만에 189% 성장하며 지난해 1분기 22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분기 292억원, 3분기 326억원으로 늘어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나보타의 경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판매 중인 만큼, 글로벌 시장 확대 추세에 따른 실적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에는 호주 품목허가도 획득해 추가 수출액 상승 여력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젤(145020)은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 주요 11개국에서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판로를 대폭 확대했다. 이 중 영국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1200억원으로 유럽에서 70% 가량을 차지하는 빅마켓으로 알려져 있다.
 
수출 성장 가도 속 각종 법적 분쟁 '옥의 티'
 
수출 성장 가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 분위기는 밝지 않다. 약 5년을 이어온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의 균주 출처 관련 소송은 점입가경에 치닫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사 간 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원은 지난 1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대웅제약에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판결 효력을 멈춰달라는 내용의 집행정지 신청서를 법원 측에 제출한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약사법 위반을 근거로 제테마(216080)와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256840) 등 3개사에 보툴리눔 톡신 수출용 제품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들 제약사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 측이 받아들이면서 이들 간의 법적 분쟁도 장기전에 접어들게 됐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 정부 등의 분쟁이 커지고 있는 건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시장 개척에 대한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라며 “이를 감안하면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