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어버린 분양시장…거센 후분양 '후폭풍'
고분양가 책정 위해 후분양 택했지만 '부메랑'
마포 더 클래시·평촌 센텀퍼스트 등 '미분양'
공개 2023-02-14 14:22:16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분양시장 침체기를 예상치 못하고 고분양가 책정을 위해 '후분양'으로 나섰던 단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근 단지들의 시세가 하락함에 따라 수요자들이 외면하면서 후분양 단지들의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는 추세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아현2구역 재개발 단지인 '마포 더 클래시'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완판'에 실패했다. 해당 단지는 잔여 물량 27세대에 대해 지난달 30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총 549명이 몰리면서 기대감을 높였으나, 일부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남게 됐다.
 
해당 단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 당첨자 중 일부가 계약을 포기했다"라며 "잔금을 짧은 기간 내에 치뤄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단지의 경우 계약일에 계약금 20%를 내고 이후 30일 안에 중도금 20%를 추가로 내야 한다. 60%에 달하는 잔금은 계약 이후 60일 안에 치러야 한다. 전용면적 84㎡가 13억~14억원에 달하는 등 고분양가 인데다, 최근 금리가 높아진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당첨자들이 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 후폭풍'은 이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평촌 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 역시 청약시장에서 암담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진행한 1·2순위 청약에서 총 1150세대 중 903세대가 미달됐다. 결국 조합은 이달 5일 총회를 열어 분양가를 10% 낮추기로 결정했다.
 
기존 분양가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10억원대였는데, 인근 5년 차 단지의 같은 평형이 지난해 말 9억원대에 거래됐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하락하면서, 수요자들이 청약 대신 구축 단지를 매수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애초 평촌 센텀퍼스트는 지난 2020년 선분양을 고려했지만,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3.3㎡당 분양가 1810만원에 조합원들이 더 높은 분양가를 원하면서 후분양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에 최종 분양가는 3.3㎡당 3211만원으로 책정됐다. 후분양을 선택하면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외로 분양시장이 빠른 속도로 침체되면서 결국 후분양을 택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서울 강동구 '더샵 파크솔레이유', 부산 수영구 '남천 자이' 등 후분양 단지들도 고분양가 등 비슷한 이유로 저조한 청약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남천 자이의 경우에는 선착순 계약을 진행해 첫날 계약률 70%를 넘기는 등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가구),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454가구),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 등 올해 후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후분양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고분양가를 꼽을 수 있다"라며 "또한 후분양 단지 특성상 단기간 내 자금 마련을 해야 하는데, 서민 실수요자들이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큰 자금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도 계약을 망설이는 대표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