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나서는 중견건설사…금융비용 '부메랑' 되나?
HL디앤아이한라 이어 한신공영도 회사채 발행 추진
흥행 실패 시 고금리 발행…금융비용 리스크 '우려'
공개 2023-02-09 15:50:12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중견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신공영(004960)HL D&I(014790) 한라(HL디앤아이한라)에 이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흥행 여부 및 향후 금융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신공영 사옥. (사진=한신공영)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신공영은 5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오는 20일 진행할 예정이다. 만기는 1년이며 수요예측 규모에 따라 1000억원까지 증액할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이며, 인수단에 산업은행이 참여한다. 기관 투자 대상 미매각이 발생한다면 산업은행이 물량을 채울 방침이다.
 
한신공영은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위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일단 한신공영은 갚아야 할 나머지 500억원은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지는 상황에서 대형도 아닌 중견건설사의 회사채에 투자 수요가 몰릴지 의구심이 높다. 대형건설사의 서울권 대단지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시장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총 6만8107호로 집계 돼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호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현재 건설경기 심리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국내 건설산업 종사자들의 시장 기대감 및 경기 예측을 지수화한 수치인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매달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CBSI 지수는 전월 대비 5.7포인트 하락, 11월에는 전월 대비 2.9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13년 5월 이후 9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수 악화의 원인으로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꼽는다.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한신공영의 신용등급은 앞서 흥행에 실패한 HL디앤아이한라와 같은 'BBB급'이다. 지난달에는 이들보다 높은 'A급'인 효성화학(298000)이 진행한 12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사진=HL디앤아이한라 증권신고서)
 
이러한 우려로 회사채 흥행에 실패하면 발행금리가 높게 책정돼 금융비용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3일 건설 및 자재대금 마련을 위해 500억원 규모 회사채의 수요예측에 나섰던 HL디앤아이한라도 14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는 데 그치면서 발행금리는 공모희망 금리 최상단인 9.0%로 결정된 바 있다.
 
이에 중견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당장 목적은 해결하겠지만, 금융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향후 재무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대형사 대비 현금성자산 규모가 대부분 상당히 작아 회사채 등의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침체된 건설 경기를 고려하면 흥행이 될지 의문이고, 흥행이 안된다면 높은 금리로 발행이 될 텐데 향후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등 '부메랑'이 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