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버는 만큼보다 더 나가…재무여력 의문
지난해 매출 첫 50조 달성…전동화 부품 관련 매출 호조
다만, 향후 투자금 만만치 않아…IRA 대응 위한 투자도
공개 2023-02-13 06: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모비스(012330)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 달성에도 재무전략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동화 연구개발(R&D) 비용과 함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대적인 시설투자가 예정돼 있어 이익보다 지출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이 CES2023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프로바이더’로 도약한다는 ‘뉴 모비스’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모비스)
 
9일 현대모비스는 최근 지난해 연결기준(잠정) 매출액 51조9063억원, 영업이익 2조26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4.5% 증가하며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0.7% 소폭 하락했다. 제품을 더 많이 팔고도 이익은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매출 상승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동화 부품 관련 매출 호조에 기인한다. 실제 2022년 4분기 친환경차 판매가 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전기차(xEV)는 29.8%, 순수전기차(BEV)는 33.5% 증가했다. 2008년 의왕 공장에서 전동화부품 사업을 시작해 14년간 기술개발을 이어온 결과다. 현대모비스는 2015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를 만들며 본격적인 부품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전동화 부품 개발은 수주 초과 달성과 동시에 글로벌 고객사 수주 확대까지 이끌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핵심부품 수주 실적은 총 46억5000만 달러로 목표 물량(37억4700만 달러) 대비 12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수주액(25억달러)의 약 2배에 달한다. 현대모비스는 유럽 고객사를 사로잡기 위해 지난해 6월 프랑스에서 르노와 스텔란티스를 대상으로 이틀간 테크쇼를 진행한 바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현지 거점에 현지 고객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해외 완성차업계 수주가 전체의 7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사진=현대모비스)
 
특히 전체 수주 금액 중 해외 완성차업계 비중이 2021년 65%에서 지난해 78%까지 늘면서 그룹사(현대차·기아) 의존도를 낮췄다. 현대모비스는 GM·스텔란티스·비야디(BYD) 등 기존 고객에 전장류(전기·전자 관련 부품)와 램프, 사운드 시스템 등을 공급한다. 이 핵심부품 매출을 늘리며, 고부가가치 신제품인 차세대 헤드업디스플레이(HUD)·변속기(ESC)·전동화 부품 등의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고객도 확보했으며, CES와 PACE 어워드 등에서 8건의 해외수상 실적도 달성했다. 
 
문제는 전동화 사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각종 투자비 지출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시대에 맞춤한 부품 개발을 위해 R&D 비용을 꾸준히 늘려왔다. 2018년 8345억원에서 지난해 1조3709억원으로, 최근 5년새 R&D 비용은 39.1% 증가했다. 올해는 자회사를 제외한 R&D 비용이 1조640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기존 대비 R&D 비용은 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 그룹 내 완성차 기업들과 함께하는 자본적지출(CAPEX) 금액도 적지 않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올해 북미 전동화 공장 구축에 1조580억원, 국내 전동화 투자금으로 2240억원, 지난해 투자 순연비 1500억원 등이 투입될 전망이다. 총액만 2조6406억원으로 지난해 투자금의 2.5배를 훌쩍 넘는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실적 발표에서 R&D와 CAPEX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현대모비스)
 
증권가에서도 전동화 사업 성장성에는 동의하나 투자확대로 인한 재무여력에는 의문을 표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2022년 전동화 매출은 9조6700억원으로 전년비 58.8% 성장하며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증가 속도를 상회한다”면서도 “다만 빠르게 증가하는 R&D 비용과 CAPEX 투자 확대로 인한 비용의 동반 증가가 예상된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완성차의 판매계획에 따른 가동률 상승, 운송비 부담 완화 등이 전망된다”면서도 “R&D와 CAPEX 투자 증가에 따라 수익성 개선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추가 반영된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면 현대모비스의 2022년 실적이 예상을 하회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동분기 모듈부문에서 △R&D 자산화 490억원 △항공비 회수 470억원 △품질비용 환입 300억원 등 약 1200억원의 일회성 수익이 발생했다. A/S부문에서는 700억원의 물류비 회수와 200억원의 북미 품질 비용이 발생하며 약 500억원의 일회성 수익을 얻었다. 일회성 비용 반영만 1700억원 규모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도 고객사 및 부품군을 다변화하고, 거점별 영업전문 조직 운영을 통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기반을 한층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특히 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과의 전략적 협업 등 반도체, 자율주행 부분 역량 강화로 ADAS 제품군의 글로벌 수주 확대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