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애플 탈피 전망…기판·전장 사업 '육성' 드라이브
IT 부진 탓 4분기 '어닝쇼크'…애플 의존도 매출 70% 추정
전장·반도체 기판 사업 육성…하반기 양산 등 구체화
공개 2023-02-09 07:0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광학솔루션 등 애플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LG이노텍(011070)이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후 애플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기판 소재와 전장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정철동 대표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FC-BGA를 중심으로 한 기판 소재,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전장 부품을 발판으로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LG이노텍 매출 구조는 광학솔루션 81.49%(15조9650억원),  전장 부품 사업이 7.38%(1조4465억원), 반도체 기판 소재가 6.64%(1조3017억원)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기타 매출로 잡힌다. 특히 지난 수년간 애플 관련 광학솔루션 사업 매출이 크게 커지면서 전장 부품 및 기판 소재 사업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20년 LG이노텍의 전장 부품 매출 비중은 12.44%, 기판소재 사업부는 12.77%를 기록하면서 전장과 기판 사업 비중은 20%를 웃돌았다. 그러나 2021년 광학솔루션 매출성장 속도에 뒤처지면서 전장 부품 사업부가 9.3%, 기판소재 사업부는 10.48%의 비중을 냈다. 그리고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장 부품 사업이 7.38%, 반도체 기판 소재가 6.64%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4년 만에 역성장하며 '애플 의존도'는 독이 됐다. 당초 애플이 스마트폰 멀티플카메라를 채택하면서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판매가 증가했고 광학솔루션 매출이 고속 성장했다.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도 업계 추산 약 70%까지 상승했다. 이에 LG이노텍은 3분기까지 실적 호조를 빚었고, 지난해 연간 매출 19조5894억원, 영업이익 1조2718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최대실적을 이어갔다.
 
  
그러나 4분기 상황만 놓고 보면 ‘어닝쇼크’다. 통상적으로 애플이 가을에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해 겨울에 출고량을 늘려 4분기 실적이 가장 좋지만, 이번은 도리어 발목을 잡히게 됐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5477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0.4% 감소한 것이다. 과거 10%에 가깝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2.6%로 뚝 떨어졌다. 중국의 봉쇄 조치에 따라 주요 공급망이 생산 차질을 빚고, IT 수요가 부진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 또한 밝지 않다는 점이다. 루카 마세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3월 말 실적 역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탄탄한 고객사였던 애플은 현재 핵심 제품인 아이폰·맥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비용 절감에도 돌입한 상태다.
 
이에 정철동 사장은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FC-BGA를 글로벌 1등 사업으로 육성할 것을 밝히며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철동 사장은 이달 열린 경북 구미 FC-BGA 신공장에서 설비 반입식에서 “FC-BGA 기판은 그동안 글로벌 1위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기판 소재 시장을 선도해온 LG이노텍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라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로 FC-BGA를 반드시 글로벌 1등 사업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LG이노텍의 최대실적을 이끌며 연임에 성공한 정 사장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IT 부품 업계 한파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사진=LG이노텍)
 
이에 따라 정 사장은 위기 속 생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향후 차세대 반도체 기판 소재를 육성하는 한편, 미래 성장성이 높은 전장 부품 사업 육성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LG이노텍은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1위 기술력을 토대로 FC-BGA 제품을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2월에는 FC-BGA 시설과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정철동 사장이 집중해 온 전장 사업 또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정 사장은 취임 후 전장 사업 관련 기술 개발 등에 주력했지만 2021년 영업적자가 577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 개선 시점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리드타임 하락세 전환, 주요 완성차 업계의 분기별 생산량 회복세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고, 영업적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74억원까지 축소됐다. 광학솔루션 부문에 전장 카메라 매출이 합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율주행차 관련 수요 확대에 발맞춰 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IB토마토>는 “LG이노텍은 제품·고객 구조를 정예화하고,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 강화, 플랫폼 모델(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하는 범용성 제품) 중심의 개발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올해는 이와 같은 기조를 토대로 전장 부품 사업을 영위하고, 반도체 기판 사업의 경우 지난해 FC-BGA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한 만큼 (신사업 투자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