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재고 쌓여도 실적 전망 밝게 보는 이유
지난해 240억 달러 수주…2013년 이후 최다 규모
재고자산회전율 하락 등 눈길…원재료 크게 늘린 영향
공개 2023-02-02 06: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국조선해양(009540)의 실적 전망이 장밋빛이다. 최근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향후 매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주잔고 또한 경쟁사의 2배 이상 규모를 보유하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고자산이 크게 불어나 아이러니처럼 보이지만 이는 원재료 다량 매입에서 비롯된 것이라 대규모 공사 수행을 위한 준비도 모두 마친 상태임을 보여준다.
 
(사진=한국조선해양)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향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주액이 증가하면서 공사 진행에 따른 수익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선박 수주량을 살펴보면 2020년에는 106척(89억달러)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2021년 216척(211억달러), 2022년 196척(240억3000만달러)로 대규모 수주에 2년 연속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총 수주금액은 지난 2013년(320억4000만달러) 이후 최다 금액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62조520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30조7320억원), 삼성중공업(010140)(25조7462억원)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상선, 특수선 등을 포함한 지난해 총 신규수주는 전년 대비 9.5% 증가했으며, 연간 목표치를 40.4% 초과 달성했다"라며 "이에 따라 매출기준 수주잔고는 2021년 말 320억달러에서 456억달러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 대비 약 30개월 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재고자산회전율(회수)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7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3.9회), 대우조선해양(3.8회)과 비교했을 때 크게 높은 수치지만, 한국조선해양의 재고자산회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3.8회를 기록했지만 2019년 12.2회, 2020년 11회로 꾸준히 줄었다. 그러다 2021년 11.4회로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해 들어 8.7회로 급락한 것이다. 다만, 조선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재고자산이 쌓인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일반 제조업처럼 재고자산이 쌓인다고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주의 주문을 받아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완성된 선박이 재고자산으로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건조 도중 계약해지 등의 변수가 발생했을 경우만 재판매를 위해 재고로 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기타 산업과는 달리 조선업은 생산된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아진다고 보기는 어렵고, 수주량이 증가함에 따라 매입한 원재료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한국조선해양의 재고자산은 전년 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21년 말 1조5541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9월 말 2조1766억원으로 40.1% 늘어났다. 조선 부문의 대규모 수주에 더불어 해양플랜트 현장이 착공에 들어감에 따라 원재료와 미착품 재고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미착품이란 원재료를 일부 가공한 것으로 사실상 원재료라고 볼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부문 원재료, 미착품 재고 규모는 같은 기간 동안 8898억원에서 1조1331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142억원에서 1557억원으로 무려 997.9% 불어났다. 지난 2020년 말 수주한 총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3단계 사업' 공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선 부문에서 최근 대규모 수주에 성공함에 따라 선박 건조를 위한 원재료 매입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아졌다"라며 "여기에 지난 2020년 수주한 미얀마 해양플랜트 현장이 착공에 들어가면서 해당 부문의 원재료 재고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연이은 대규모 수주에도 2년 뒤에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 특성상 '헤비테일' 계약방식으로 수주가 실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계약 시 선수금은 적게 받고, 배를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을 많이 받는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