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3개월만에 유동성 위기 불식…'현금부자' 복귀
해외 자회사 매각차익 약 2000억원…롯데건설 대여금 조기 상환
유상증자 청약률 101.75%…중국 리오프닝 등 업황 호조 예상
공개 2023-01-25 16:20:15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석유화학업계 업황 하락과 조단위 M&A, 자회사 자금 대여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됐던 롯데케미칼(011170)이 불과 3개월 만에 우려를 해소했다.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으로 2000억원 가까운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고, 미달 우려까지 나왔던 3자배정 유상증자 청약률이 100%를 넘어서며 유동성 위기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롯데케미칼은 3자배정 유상증자 청약률이 101.75%로 초과청약됐다고 공시했다.(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25일 지난 19~20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850만주 3자배정유상증자에서 103만5360주의 초과청약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청약률은 101.75%이다. 1주당 0.86주 수준인 초과청약배정비율에 따라 1만2765주가 일반공모(단수주)로 초과 발행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 발행금액은 1주당 14만3000원으로 당초 발행금액 1조2155억원과 함께 초과청약 물량으로 1억8253만원가량이 더해질 전망이다. 초과 청약 물량은 전체 유상증자물량의 0.01%에 불과하나, 지난해 유상증자 발표에 주주 반발이 컸던 만큼 초과청약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항상 수조원의 현금을 보유해 ‘현금부자’로 불리던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는 세계 동박(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소재) 4위 업체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 소식에서 촉발됐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10월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를 경영권과 함께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고가 매수’와 ‘자금 부담’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6372억원 수준이며 단기금융상품과 기타금융자산, 기타유동자산 등을 합한 현금성자산은 4조원 규모다. 보유현금만으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사이클 산업인 석유화학업계의 업황 하락과 자회사인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문제가 유동성 발목을 잡았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 3분기(-214억원, -4239억원)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으며, 롯데건설에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5000억원의 자금 대여를 결정해 유동성 위기가 제기됐다. 
 
유동성 위기 극복 신호탄 역시 자회사에서 나왔다.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케미칼은 147억원에 인수한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의 보유지분 전량인 75%를 1923억원에 매각하기로 확정했다. 이미 영업이익으로 인수금액을 회수한 후 19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터라 성공적인 매각으로 평가된다.
 
롯데건설도 5000억원의 대여금을 이달 6일 조기상환하며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확보에 손을 보탰다. 여기에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업황호조에 일진머티리얼즈 등의 연결 편입까지 호재로 판단되며 불과 3개월 전과 전혀 다른 시장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화학 업종의 투자심리는 지난해 2분기 저점 이후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빠르게 개선됐다”며 “업황 및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최악의 구간을 통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22년 4분기 매출액 5조6963억원, 영업이익 –20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기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라면서도 “다운사이클의 변곡점은 지났으며, 2차전지 소재 실적이 연결될 올해에 화학 수요회복까지 확인되는 시점에 동사의 이익체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