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현금창출력 '뚝'…분양 물량 소화 의구심 가득
순이익 6천억원인데 영업현금 적자 눈길…건설사 중 최대 분양 예고
시장 침체 속 미분양 가능성 높아…현금 유동성 악화일로 가능성 높아
공개 2023-01-19 07: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을 상실한 가운데 올해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아파트 분양을 예고하고 있어 현금 창출력이 더욱 악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공사 대금을 일반 분양 계약금 등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 하락은 현금 유동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부동산R114)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52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이익 6429억원을 기록한 상태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출로 돌아섰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당기순이익 2956억원에 영업활동현금흐름 2531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회계상 실적은 수익을 냈지만, 실제 회사는 현금을 더 많이 썼다는 말이다.
 
현금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결기준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에서 매출채권이 4916억원 늘면서 현금 유출이 발생했고, 기타채권이 277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청구공사 7079억원이 늘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 효과를 발생시켰다. 또 충당부채가 1029억원 줄면서 영업활동현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자산부채변동에 의한 현금 순유출 5907억원이 발생했다. 여기에 법인세가 3106억원을 기록하며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은 현금을 벌지 못하면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지난 2021년 말 기준 5조278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6753억원으로 11.4%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올해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예고하고 있어 현금창출능력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총 2만1126세대를 공급할 예정으로 이는 국내 건설사 중 최대 분양 물량이다. 이 중 정비사업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은 1만4259세대다. 
 
문제는 현재 아파트 분양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5만8027호로 전월 4만7217호에서 22.9% 증가했다.
 
현대건설도 최근 분양을 진행한 단지에서 저조한 분양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 주택 수가 1만1700호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 쌓여있는 대구에서 '쓴맛'을 봤다. 지난 10~11일 진행된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공급세대 수 478세대)에 대한 1·2순위 청약 결과 단 28명만 신청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인천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400세대)도 미달 세대수 223세대를 기록했으며, 대전 '힐스테이트 선화 더와이즈'(836세대) 또한 청약 결과 689세대가 미달됐다. 
 
이 같은 실태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이에 더불어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등 미분양 발생을 막기 위한 대응책들을 쏟아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고금리 상황에서 규제 완화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강하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분양가가 인근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것도 시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 청약시장이 차갑게 식은 것인데, 최근 또 금리인상이 결정됐다"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맞지만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청약시장이 회복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치가 반전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며 "주요 건설사들이 분양계획을 전년 대비 소극적으로 잡은 것도 시장 상황에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분양 발생이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분양성과가 좋지 않으면 시행사가 상환 불능에 빠질 수 있고, 건설사는 공사비도 못 받고 차입금을 대신 갚게 되면서 현금흐름에 부담이 생기게 된다. 현대건설은 수도권 대비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큰 지방에 계획하고 있는 물량도 많아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미청구공사액도 2021년 말 3조247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조8239억원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반분양 물량 중 공공·임대 물량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분양 세대 수는 9000여세대 수준"이라며 "또한 유보금 규모가 3조원대이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지가 양호한 서울 및 수도권에 분양 예정인 곳도 많아 미분양 위험도가 적다고 판단되고, 분양계획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