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수주 가능성 확대…두산에너빌리티, 최대 수혜자 떠올라
총 28조 중 44%가 기자재비용…주기기 원자로설비 등 납품
7~8년간 12조원 규모 수주 전망…실적 및 재무상태 양호 등
공개 2023-01-11 08: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원전 팀코리아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며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매출 기대도 상승 중이다. 폴란드와 체코 수주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7~8년간 12조원 이상 매출을 더할 전망이다. 대규모 사업 진행을 위한 재무상태도 양호한 편이라, 사전제작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9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에 따르면 현재 한수원을 대표로 한 국내 원전 팀코리아는 체코와 1기, 폴란드와 2기 전후의 민간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각각 20조원과 8조원 규모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설치된 1400㎿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사진=두산에너빌리티)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폴란드 정부와 폴란드 원전 개발 계획 수립 관련 양국 기업 간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LOI 체결시 계약의 절반 이상이 확정된 것으로 올해 최종 계약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체코의 경우 입찰서 평가를 거쳐 내년에 최종입찰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내 원전수주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000720)이나 대우건설(047040) 등이 팀을 이뤄 진출한다.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는 다수지만 주기기 등을 납품하는 기업은 국내에 두산에너빌리티 뿐이다. 입찰이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단일 기업으로는 원전 주기기와 기자재를 납품하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원자력발전 건설 비용 중 주기기 등 기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용은 44% 정도이다.(사진=한국원자력학회)
 
한국원자력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자력발전 건설 비용 중 44%가 원자로설비, 터빈·발전기, 보조 기기 등 기자재비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기기인 원자로설비는 물론이고 전기공급 계통기나 터빈 등 기자재를 직접 제작하거나 중소업체에 납품받아 일괄 납품한다.   
 
건설 비용을 비율로 단순 계산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폴란드 사업에서 8조8000억원, 체코 사업에서 3조5200억원 등 양 사업 매출만 12조32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계약 후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가정할 때 원전 주기기의 설계부터 제작, 납품,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7년여 정도다. 원전사업은 지급시기와 방식이 계약마다 상이해 연간매출은 구체적인 계약이 나와야 짐작 가능하다. 이때 연간 동일 비중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1조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신한울 3·4호기 사업 재개로 최소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전체 사업비인 8조2600억원의 30.2% 수준이다. 폴란드와 체코 등의 수주금액에서 기자재비를 30.2%로 계산할 경우 총 수주액은 8조4000억원 규모로 축소된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 2021년 개별기준 매출액이 3조592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7~8년간 매출 규모가 조단위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튀르키예(옛 터키)와의 40조원 규모 원전사업까지 완료되면 전체 금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팀코리아는 또 다른 수주 예상국인 튀르키예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4기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는 40조원 규모다. 앞서 튀르키예는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원전 수주 논의를 진행했으나 예상액보다 2배 많은 수주금액을 요구해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충분한 사전제작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전제작비 지급 문제로 한수원과 소송 직전까지 갔던 신한울 3·4호기 사례가 있어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사전제작을 2015년 11월부터 시작했으나 2017년 12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중단돼 4927억원 규모 투입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회사는 재무적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업계 우려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과 재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022년 9월 말 개별기준 매출액 3조68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액인 2조5392억원 보다 1조1410억원 늘어난 규모다. 동기간 영업활동으로인한현금흐름도 26억원 손실에서 3168억원 이익으로 대폭 늘어났다.
 
개별기준 부채비율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108.8%로 2021년 동기(149.5%) 대비 40.7% 감소했다. 동기간 순차입금의존도도 32.7%에서 20.3%로 12.4% 감소했으며, 총차입금도 5조4860억원에서 3조5614억원으로 2조원가량 줄었다. 원재료 현금화 기간을 이르는 운전자금회전기간도 127.9일에서 61.1일로 절반 이상 앞당기며 현금유동성도 높였다. 다만, 동기간 현금성자산이 9054억원에서 5825억원으로 줄어든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2년여간 2기 분량의 사전제작 비용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 몇년간 내실을 다진 결과 기회를 포착하면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재무적 여건을 상대적으로 잘 갖췄다”라며 “비즈니스 모델 발굴, 새로운 시장 진출 등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재무체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재무구조 강화에 계속해서 힘을 기울여 나가자”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원자력업계 일각에서는 팀코리아 원전 수주의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국내 원전 기술을 수출하려면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양사가) 입찰 경쟁을 하기 때문에 (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주를 하더라도 부분에 불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저렴한 수주 가격으로 발생될 수 있는 안전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