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나빠지는 건전성…신용등급도 11년째 요지부동
10년 넘게 신용등급 제자리…경쟁사 대비 열위
내부 이익유보에만 의존해 자기자본 확충
업황 둔화에 실적도 주춤…재무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져
공개 2023-01-09 06:00:00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유진투자증권(001200)이 재무건전성 지표가 뒷걸음질 치며 10년이 넘도록 신용도가 요지부동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1조원을 넘어서는 외형 성장에도 신용등급은 아직까지 A에 머물러 경쟁사들이 연이어 상향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증권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실적 개선과 신용등급 상향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은 ‘A’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지난 2011년 10월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유진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진투자증권은 신용등급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본사. (사진=유진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022년 3분기 별도기준으로 1조5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자기자본 1조원을 돌파하면서 중형증권사 대열에 합류했다. 2014년 말 자기자본이 5000억원대였는데 이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이익유보를 통해 외형을 키웠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용등급 전망도 그대로다. 최근 1~2년 사이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연이어 상향조정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증권(001500)(1조2304억원)과 IBK투자증권(1조520억원) 등의 신용등급은 기존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높아졌다. 하이투자증권(1조4238억원)과 BNK투자증권(1조715억원)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등급전망이 조정돼 AA급 진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다올투자증권(030210)(6949억원)의 신용등급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유진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검토요인으로 자기자본 규모 등 시장지배력 제고와 자본적정성 지표 개선을, 나이스신용평가는 우수한 수익성 유지와 순영업수익 점유율 등 시장지위 개선을 꼽고 있다. 반면 신용등급 하향 요인은 수익성과 자본완충력, 유동성 지표 저하 등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수익성 제고와 자본 확충, 신용등급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이익유보를 통한 자본 확대에 집중하면서 2008년 이후 11년 만인 2019년에 주주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후 4년 연속 배당을 실시했고 배당규모도 꾸준히 늘었지만 배당성향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자본 확대 및 신용등급 상향 등 회사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배당정책을 실시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증권업황 부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 신용등급 상향을 바라보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거래대금 감소 지속과 IB시장 위축은 유진투자증권의 영업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의 2022년 3분기 누적 ROA(총자산이익률)는 0.5%로 전년 동기(1.0%)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분기에는 실적 저하폭이 확대돼 분기 적자(-18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무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수정NCR은 2018년 말 311.8%에서 2022년 3분기 기준 226.3%로 하락했다. 이는 비교그룹 평균(233.4%)보다 낮은 수치다. 우발채무와 금융상품투자 확대 등으로 위험액이 증가하면서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발채무 규모는 2022년 3분기 기준 7935억원이다. 자기자본 대비 78.9% 정도로 양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또 부동산PF 관련 우발채무는 모든 약정이 무등급 거래상대방이고 중·후순위 비중이 70%를 웃돌고 있어 질적 위험도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계열사 등 외부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쉽다.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유상증자 등을 통한 모회사의 지원에 힘입어 자본을 확충해왔다. 모회사의 높은 신용도와 강한 지원의지 등이 고려돼 이들의 신용등급은 자체 신용도보다 1노치(Notch) 상향 조정돼 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의 지원가능성이 신용등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유진기업의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으로 유진투자증권보다 낮은 수준이라 신용등급에 미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신용도 A급 이하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자금조달에 성공하더라도 고금리가 적용돼 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도 증권사들의 실적 저하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A급 신용등급 증권사들의 리스크 현실화 우려 및 신용도 하향 부담 등이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리테일부문과 WM부문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실적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진투자증권은 2020년부터 추진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수익원 다각화, 종합자산관리 역량 제고 등의 성과를 창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토대를 쌓은 바 있다”라며 “추진하고 있는 PF대출채권 회수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기존 사업역량 강화와 함께 신용등급 상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