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횡재세' 논쟁…정유업계, '과세폭탄' 비상
현대오일뱅크 역대급 실적…임직원에 상여급 1000% 지급
횡재세 통과 여론 불 붙여…발의 법안 기준으로 수조원 더 내야
공개 2023-01-05 07: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오일뱅크의 성과급 잔치 예고에 정치권의 ‘횡재세(초과이윤세)’ 논쟁이 재점화되며 정유업계의 과세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유업계는 수조원의 추가 법인세 납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횡재세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관련 기업에 초과이익이 생기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도입한 세금이다. 영국·독일·이탈리아·헝가리 등은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전쟁 영향에 운 좋게 얻은 초과이익에 약 25%의 세금을 부과해 서민 에너지 지원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인천 석유화학공단 모습(사진=연합뉴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말 전 임직원에 성과급을 월 기본급의 1000% 규모로 지급했다. 회사 측은 “직원 연봉은 사규상 대외비로 공식적으로 드릴 입장이 없다”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096770)(SK이노), S-Oil(010950)(에쓰오일), GS칼텍스 등 타 정유사들도 호실적에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이노, 에쓰오일, GS칼텍스 등도 실적에 비례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향성은 유사하나, 회계 기간과 노사 합의 등 고려할 부분이 각사별로 달라 지급 기간이나 방식 등에 차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유 4사 중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가장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1000% 이상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의 성과급 지급 소식에 잠잠하던 횡재세 논란도 덩달아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8~9월 우리 국회도 EU와 유사한 횡재세 도입을 추진해 정유업계를 압박했으나 이중과세, 코로나19로 돈을 끌어모은 골프장 등과 형평성 논란에 본회의 상정도 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횡재세 관련법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역대급 성과급 논란에 재주목받고 있다.
 
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준을 정유사에 국한하지 않고 ‘과세표준 3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변경했다. 법안은 해당 사업연도 총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소득금액을 20% 이상 초과하면, 그 부분에 대해 20%의 법인세를 부과해 추가 과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횡재세를 지지하는 쪽은 소급 적용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횡재세가 도입되면 정유업계는 수조원의 추가 법인세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유업계 실적이 예상을 웃돈 영향이다. 정유사 실적은 국제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적인 경기침체로 실적하락이 전망됐으나, OPEC+(석유수출기구 회원국)가 감산에 나서는 등 유가 방어로 예상보다 실적이 좋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한국형 횡재세법을 적용하면 정유 4사는 2조원 규모의 추가 법인세가 필요하다.
 
먼저 법안에 나온 과세표준과 총소득금액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 2021년 국내 정유사는 각각 SK이노 5010억원, 에쓰오일 1조3785억원, GS칼텍스 1조517억원, 현대오일뱅크 5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도 모두 3000억원이 넘어 발의된 법안 기준에 부합한다. SK이노,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각각 3조908억원, 2조4239억원, 2조6205억원, 1조43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직전 3년 평균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모두 20% 이상 상회한다. SK이노,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지난 2019~2021년 3년 평균 각각 –5266억원, 2159억원, 2430억원, 16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초과금은 각각 2조5642억원, 2조4239억원, 2조6205억원, 1조4308억원이 된다. 이 중 추가 법인세에 해당하는 20%는 각각 5128억원, 4848억원, 5241억원, 2862억원으로 총 1조8079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조단위 추가 세금에 한국형 횡재세 도입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법인세는 (산업계와 세수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상충해) 조정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 3%포인트 인하를 추진했으나 여야 격론 끝에 1%포인트만 줄이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정유사 매출은 석유를 채굴하는 유럽 기업들과 달리 주유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석유를 정제해 수출하는 것이 절반을 상회한다”라며 “(실적이 악화된) 2014년에는 연봉을 깎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실적이 하락한 영향으로 2020년에는 성과급을 한푼도 못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