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 쌍용차 미투자금 납입 방식 변경…'회생' 의구심 품었나
유증 참여에서 일부 CB·BW로 변경…언제든 투자금 다시 회수 가능
경기침체 우려 투자 속도 조절 평가…업계 "적극적 투자로 시장 신뢰 얻어야"
공개 2023-01-03 07: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쌍용차(003620)를 인수한 KG그룹이 최근 2500억원 상당의 미투자금 납입 방식과 시기를 변경하면서 쌍용차 회생에 의구심을 품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상증자 참여가 아닌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방식은 향후 쌍용차의 주가 흐름에 따라 투자금을 다시 회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금조달이 지연될 경우 쌍용차가 시급히 진행해야 하는 전동차 전환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 주체인 KG컨소시엄이 M&A 이후 미투자금액인 2590억원의 투자를 1년 후로 정하고, 추가투자 방식도 신주 인수에서 신주·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변경했다.  KG컨소시엄은 투자계획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곽재선 쌍용차·KG그룹 회장이 2022년 7월5일 영종도 네스트 호텔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SUV 토레스 언론공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KG컨소시엄이 쌍용차 회생에 의구심을 품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KG컨소시엄이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나머지 미투자금을 쌍용차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유상증자 참여는 주주로 회사의 생사를 함께하면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지만, CB와 BW는 돈을 빌려주는 개념이라 기본적으로 채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CB와 BW를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이유는 신용도가 낮아 직접 차입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B와 BW를 인수한 투자자는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만기 때 그냥 원금과 이자만 받으면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유상증자로 참여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KG컨소시엄이 미투자금 일부를 신주 인수방식이 아닌 CB와 BW로 투자하겠다는 이유는 이미 지분 58.85%를 확보해 대주주에 올랐으니, 나머지 투자금액은 조금 안정적인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쌍용차 입장에서는 CB와 BW 발행에 대한 이자 부담도 생긴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회사가) 유상증자가 아니라 CB나 BW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은 향후 (피인수회사의) 주식가치가 좋지 않으면 주식전환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피인수회사의 투자 리스크가 증가해 투자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쌍용차가 적기에 투자금을 받지 못하면 향후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전동화 전환을 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플랫폼 개발과 함께 노후화된 평택공장을 정비하려면 인수 이후에도 쌍용차에 1조원 이상이 속도감 있게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KG그룹이 최근 발표한 ‘KG모빌리티’로의 사명 전환까지 합하면 수천억원이 더 투입돼야 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쌍용차의 추가투자방식 전환이 지나치게 그룹 위주로 진행됐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쌍용차에 투자가 시급한데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앞서 각 계열사의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쌍용차 지원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소시엄에 포함된 계열사 재무상황을 보면 이는 보다 분명해진다. KG컨소시엄은 KG그룹이 쌍용차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 KG모빌리티, KG ETS, KG스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사모펀드 켁터스PE, 파빌리온PE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5월 설립한 KG모빌리티를 제외한 각 계열사의 주요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미투자금 2500억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9월말 기말기준 현금성자산은 △KG ETS 2069억원 △KG스틸 1130억원 △KG이니시스 2245억원 △KG모빌리언스 680억원 등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에다 긴축정책을 쓰니 쌍용차도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KG그룹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쌍용차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현금유동성이나 전동화 전환 등에 잡음이 생기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호진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KG그룹에서 쌍용차를 인수하며 약속했던 자금 도입시기가 거의 1년 정도 늦어진다고 하면 (개발  계획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KG그룹이 쌍용차에) 투자할 의향이 있고 인수를 결정했으면 빠른 시일 안에 (과감하게)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쌍용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동차 사업에 몇천억원이 일시적으로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되며 투자금액이 순차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전동화 계획도 KG그룹에서 조달받은 7000억원 상당 자금으로 무리없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