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신규 자금 확보에도…재무리스크 '첩첩산중'
1025억원 규모 신규자금 조달…단기성 차입금은 7718억원에 달해
이자보상배율 0.6에 불과…PF 우발채무 잔액 3조2385억원까지 증가
공개 2022-12-28 08: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때 부도설이 돌았던 태영건설(009410)이 상당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유동성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 이자 비용,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재무부담이 과중한 상태인 만큼 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여러 여건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태영건설 사옥. (사진=태영건설)
 
26일 태영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1025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달 30일 신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운영 자금 500억원을 확보했으며, 같은 날 전북 전주 에코시티 15블록 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해 525억원 규모의 신규 PF 대출 약정도 체결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기존 대주단과 PF 대출 연장 계약을 완료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공항동 일원에 45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3007억원이다.
 
다만, 태영건설은 신규 자금조달과 PF 대출 연장 등에 성공했지만, 향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1조7473억원)의 44.2%가 1년 내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단기성 차입금(7718억원)은 단기차입금 4076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2205억원, 유동성사채 1400억원 및 유동리스부채 38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9월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43억원에 불과하다.
 
태영건설은 은행차입금이 대부분인 단기차입금은 만기 연장이나 차환할 예정이며,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400억원은 차환을 위해 사채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은 악화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태영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0.6을 기록해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말 3.5를 기록했었지만, 올해 들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이 영업이익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며,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일 경우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좋지 않다. 올해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41.2%로, 지난해 말 426.6%에서 14.6%포인트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200% 이상이면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유동부채에 대한 유동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106.9%를 기록해 100%를 겨우 넘기고 있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을 뜻하며, 유동자산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더욱이 재무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PF 우발채무 규모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개발사업과 관련해 종속법인을 포함, 시행사 등에 제공 중인 PF 우발채무 잔액은 지난 2017년 8231억원에서 올해 9월 말 3조2385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PF 우발채무의 만기구조는 비교적 장기화돼 있어 단기간 내 차환 부담은 크지 않지만, PF 우발채무 중 미착공 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1%(1조3384억원)에 달해 분양경기가 좋지 않은 최근 상황에서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착공 현장 중 브릿지 대출인 경우 최근 부동산 PF 금융시장의 경색이 심화되며 차환이 원활하지 않아 자체 자금 유출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한국기업평가(034950),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했다.
 
이은미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태영건설은 민간건축 부문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하며, 특히 분양경기가 저하됨에 따라 예정 사업장에서의 원활한 분양 및 도급공사비 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또한 최근의 PF 금융시장 경색 국면이 단기간 내 완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우발채무 현실화 시 재무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 측은 자금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신규 사업 수주와 자금조달에 성공한 만큼 현 재무적 위기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전 주상복합 2개 블록, 포항 장성동 재개발, 서울 세운지구 5-3구역 등 이달 신규수주액만 총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쾌거를 이뤘다"라며 "신축공사 수주 외에 신규자금도 꾸준히 조달하고 있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안정성을 높여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