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케이카 M&A'…비싼 몸값에 원매자 찾기 난항 예고
한앤코, 지분 매각 의사 밝혀…경영권 포함 5천5백억원 추정
고금리·경기침체, 중고차 시장 축소…매수자 나서기 힘든 상황
현대차 시장 참여에 서둘러 매각 평가…시장 상황과 비교해 '고평가'
공개 2022-12-22 07: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중고차 전문 기업 '케이카'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원매자 찾기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케이카가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데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원매자들의 부담이 커져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카 지분 72%를 보유한 한앤코가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IB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보유한 케이카 지분가치를 경영권 포함 55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한앤코는 지난해 10월 케이카 상장 당시 설정한 1년 기한의 보호예수가 풀려 지분 매각 제약이 사라진 상태다.
 
케이카 직영점.(사진=케이카)
 
IB업계에서는 한앤코가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했다는 점을 들어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는 원매자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서는 딜클로징(매각 종결)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최근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매물이 줄고 금융 조달도 거의 불가능해진 데 비해,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아 원매자로 나설 기업이 거의 없을 거란 분석이다. 
 
앞서 2018년 한앤코는 케이카 전신인 SK엔카 직영사업부(중고차 오프라인 사업부)를  SK(주)로부터 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케이카는 4년 만에 이전 가격의 2배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특히 중고차 이커머스 시장 내 케이카의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카는 △100% 직영 인증 중고차 △3일 책임 환불제 △투명한 가격 정책 등을 발판으로 고객층을 쌓았다. 매출액은 2018년말 7427억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1조7210억원으로 4년여 만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동기간 당기순이익도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10억원에 불과하던 현금성자산도 131억원으로 불었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중고차업계가 기존의 SK렌터카에 이어 현대차그룹과 롯데렌탈 등 대기업이 참여하며 2030년까지 48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가장 강력한 시장참여자가 현대차그룹이다. 회사는 올해 3월 중고차사업 계획 발표에서 구입 후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km 이내의 자사 차종에 200여개의 품질검사를 실시한 후 ‘인증 중고차’로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혼선을 우려해 중고차사업 시장점유율은 △2022년 2.5% △2023년 3.6% △2024년 5.1%로 자체 제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당초 국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의 참여로 시장확대와 자정작용으로 인해 케이카에도 성장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급격한 경기침체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고객들이 씀씀이를 줄이며 시장도 함께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위 사업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리가 흔들리며 케이카의 아성은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시장진입과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업계 진출을 앞두고, 한앤코가 서둘러 케이카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카의 기업가치가 5500억원인지에 대해서는 판단 내리기 어렵지만 ‘시장침체 상황에서 소화하기 힘든 가격’이라는 것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금리에 매물이 없어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가 안 된 상태에서 현대차그룹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본격 진출하기 때문에 케이카의 존재감이 예전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몸값 불리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5500억원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원매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비해 매물 가격이 높다는 데는 IB업계 관계자도 동의한다. 대형 로펌의 한 M&A담당 변호사는 “대부분 (M&A는) 제한적 경쟁입찰 내지는 입찰 형태로 매수인들을 많이 들어오도록 해 경쟁으로 가격을 높이며 매각자가 생각한 최소 가격이 되지 못하면 계속 유찰시킨다”면서도 “최근 (원매자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다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매수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되는 현대차그룹 내 중고차사업 담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롯데렌탈, SK렌터카 등이 모두 케이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플랫폼이 있어 굳이 따로 매입하지 않아도 되거나 매각대금을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현대글로비스는 9월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조3598억원으로 케이카 인수자금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내수와 수출 중고차 판매까지 가능한 ‘오토벨’이란 관련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롯데렌탈도 올초 쏘카 지분투자 실패로 3분기 현금성자산이 4153억원에 불과해 추가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SK렌터카도 동분기 현금성자산이 4772억원에 불과한 데다 케이카 자체가 모기업인 SK 내에서 동종 기업을 정리하는 측면이 컸던 터라 재인수가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한다고 해도 곧바로 사업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근 중고차업계는 지난해 호황기에 비해 매물이 20~30% 빠진 데다 중고차 할부금리마저 법정 최고 수준(연 20%)까지 올라 매매 자체가 얼어붙은 상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내년 5월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전에 한앤코가 케이카를 매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금 팔지 않으면 무조건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나 롯데렌탈이 (중고차 플랫폼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어) 관심을 보이겠지만 값을 많이 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기업들도 (중고차업계에) 현대차그룹이 등장한 이후 상황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