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프로축구와 분식회계
공개 2022-12-09 06:0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 소식도 들린다.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 자랑스럽다.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의 명문 프로축구팀인 유벤투스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유벤투스의 분식회계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 선수 이적과 관련해서 유벤투스가 ‘가공의 자본이득(artificial capital gains)’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선수 이적 시 무명의 축구선수 몸값을 이용해서 선수 이적과 관련된 두 팀이 모두 가공의 자본이득을 인식하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유벤투스뿐만 아니라 상대방 축구팀에게도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도 유벤투스의 회계부정과 관련되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둘째, 유벤투스가 코로나19 때문에 선수들과 4개월 치 급여 삭감에 합의한 것으로 장부에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1개월 치만 삭감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급여 삭감(비용 절감)을 과대 기록하여 손실을 축소 보고했다는 것이다. 
 
유벤투스에 많은 손실이 발생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프로축구 리그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유벤투스는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따라서 유벤투스의 감사보고서에도 ‘한정의견’이 표명되어 있다. 유벤투스 구단은 홈페이지에 반박하는 글을 올리고, 향후 결백을 입증해나가겠다고 한다. 유벤투스는 밀라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장회사이므로 손실 규모에 따라 주가가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상장회사보다 손실 인식에 더 민감할 수 있다. 향후 검찰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유벤투스의 분식회계 논란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어떤 조직이건 분식회계는 그 조직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하므로 투명한 회계를 꼭 달성해야 한다. 분식회계는 프로축구팀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건이므로 기업이건 프로축구팀이건 분식회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에 속한 유벤투스는 과거 승부 조작 스캔들 때문에 세리에B로 강등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분식회계로 밝혀지면 세리에B로 강등될 수 있다고 한다. 기업이라면 2부리그로 강등되는 것이 아니라 파산할 수 있는 사건이다. 최종 결과는 검찰 조사결과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유벤투스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것 자체가 문제다. 유벤투스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선수 이적 거래를 함으로써 분식회계 논란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식부기’를 최초로 정리한 책을 펴낸 ‘루카 파치올리’의 모국이고, ‘복식부기의 원조 국가’인 이탈리아의 프로축구팀 관련 분식회계 논란이어서 더 씁쓸하다. 
 
둘째, 기업이건 프로축구팀이건 모두 투명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근본 원인은 프로축구선수의 몸값이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무명선수를 끼워서 이적 거래를 하여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다. 프로축구선수의 몸값은 개인정보일 수도 있으나, 이를 통한 분식회계가 이루어진다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셋째, 회계는 판단의 영역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유벤투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하여 아직 명확하게 결론난 것은 없으나 유벤투스가 홈페이지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봐서는 최종결론이 어떻든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회계는 ‘1+2=3’처럼 명확한 부분도 있지만, 전문가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유벤투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유벤투스는 이러한 논란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한 거래와 회계처리를 해야 하며, 이는 다른 프로팀도 마찬가지다. 분식회계를 하는 프로팀은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프로축구팀에는 이러한 논란이 없기를 바라며,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결과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항상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