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테마, 효자 품목 퇴출 위기에…실적 하락·재무부담 '경고등'
제테마더톡신주 매출 비중 25.9%…퇴출 시 적자전환 불가피
흑자경영 이후 차입금 늘리며 유동성 확보…재무안정성 악화
공개 2022-11-15 08: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판매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를 추진함에 따라 제조·판매사인 제테마(216080)의 재무적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테마의 보툴리눔 톡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적잖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차입금을 대폭 늘린 상황에서 수익창출력이 떨어질 경우 잉여현금창출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여력도 위축될 전망이다.
 
제테마 원주공장. (사진=제테마)
 
11일 식약처는 이달 초 위해사범중앙수사단 수사 결과 제테마와 한국비엔씨(256840), 한국비엠아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품목허가 취소 및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가출하승인 위반 품목은 제테마 ‘제테마더톡신주100IU’, 한국비엔씨 ‘비에녹스주’, 한국비엠아이 ‘하이톡스주100단위’다.
 
국가출하승인은 백신 등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유효성 확인을 위해 국내 유통 전에 국가가 품질을 한 번 더 평가하는 제도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수출 전용 의약품임에도 국내에 판매해 국가출하승인 제도 위반,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해당 업체 3곳에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으며, 병·의원에 이들 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가장 큰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제테마다. 제테마는 주름 개선 등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의 매출 비중이 95.22%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캐시카우가 다른 기업에 비해 비교적 적고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시장 퇴출 시 영업적인 피해가 가장 클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에 품목허가 취소 명령을 받은 ‘제테마더톡신주100IU’의 작년 매출액은 8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332억원) 대비 25.9%를 차지한다.
 
특히 해당 품목을 더 이상 판매하지 못하게 될 경우 제테마는 영업이익(별도기준)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제테마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 것은 불과 지난해였다. 회사는 2017년(–40억원)부터 2018년(–46억원), 2019년(-107억원), 2020년(-56억원)까지 꾸준히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지속된 순손실 탓에 2020년까지 누적된 결손금은 441억원에 이른다.
 
제테마의 영업이익이 반등한 시점은 2020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제테마더톡신주 판매를 허가받으면서부터다. 회사는 2020년 6월 제테마더톡신주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적자 폭을 축소, 지난해 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에도 16억원을 기록했다. 결손금 규모 또한 213억원으로 2020년 대비 51.7% 가량 줄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봐도 제테마더톡신주 허가 전후의 현금흐름 개선세는 두드러진다. 제테마의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017년 -16억원에서 2018년 -59억원, 2019년 –81억원으로 줄곧 하락세를 그렸다. 그러다 2020년 15억원으로 회복했고, 지난해에는 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늘었다.
 
1년 사이 현금 곳간이 대폭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제테마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0년 169억원에서 지난해 752억원으로 345%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CAPEX(자본적지출) 규모가 563억원으로 커진 탓에 318억원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2020년 대비해선 두 배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현금성자산 확대는 순이익금 외에 차입금 증대에서 비롯됐다. 제테마의 총차입금은 2020년 158억원에서 2021년 574억원, 올해 상반기 1104억원까지 늘었다. 차입금 증대는 투자 확대와 맞물리며 차입경영으로 이어졌다.
 
 
 
제테마가 차입금을 확대한 것은 외형 확대를 위한 투자 채비에 나서면서도 유동성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증시 부진·금리 인상 등으로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차입금을 활용해 유동성에 대비한 것이다.
 
차입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재무안정성은 악화된 모습이다. 제테마의 부채비율은 2020년 60.9%에서 2021년 171.1%, 올해 상반기 193.6%로 확대됐고, 총차입금의존도 또한 23.6%→38.8%→56.1%로 높아졌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가면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기업으로 분류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장기차입을 통해 현금을 채우는 기업이 꽤 늘었다”라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제약사나 현금창출 능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유동성 대비 차원으로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력 품목 중 하나인 제테마더톡신주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제테마는 매출 하락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여력도 위축된다. 회사 입장에선 매출 하락뿐만 아니라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는 상황까지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제테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매출이 확대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을 늘렸다. 원주와 용인에 설비를 증설할 때 차입금 유치를 했었고, 이로 인해 차입금 비중이 커졌다"라며 "제테마더톡신주 품목허가 취소와 관련해선 메디톡스(086900)휴젤(145020) 등 우리보다 앞서 조치를 받았던 기업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법적으로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