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나서는 유유제약…속내는 3세 경영 굳히기?
한 달 사이 자사주 30만4878주 매입…약 18억원어치
유원상 대표 특수관계자 지분 취득도…총 보유 지분 소폭 상승
CB 물량 전환권 행사 대비…지분 교환 등 우호 지분 확보도 가능
공개 2022-11-01 08: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유유제약(000220)이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가 안정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최대주주 바통을 넘겨받은 오너 3세 유원상 대표가 경영권 굳히기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유제약 전경. (사진=유유제약)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한 달 사이 장내에서 자사주 30만4878주를 매입했다. 전체 매입 규모는 17억8524만원이다.
 
앞서 유유제약은 지난달 19일 이 같은 내용의 자사주 취득 결정 소식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당초 회사는 이사회결의일 전일인 9월16일 종가(6560원) 기준으로 2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었으나, 주가가 하락한 탓에 1주당 평균 취득가액은 5856원에 머물렀다. 계획보다 약 2억원 저렴한 금액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다.
 
이로써 유유제약은 우선주 2600주를 제외한 총 88만1427주의 자사주를 확보하게 됐다. 지분율로 환산하면 5.11%다.
 
 
 
유유제약은 이번 자사주 취득이 ‘주가 안정화 및 주주친화정책 실현’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으로 꼽힌다. 사들인 물량만큼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면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가 금리 인상·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하락장에 진입하면서 유유제약의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 회사의 주가는 7820원이었으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9월30일 5690원을 기록했다.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던 지난해 5월26일(9590원) 대비해선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유유제약의 자사주 취득이 주가 부양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오너 3세인 유원상 대표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자사주 자체로는 의결권이 없지만, 주식교환 등의 방법으로 타법인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잠재적 우호지분을 비축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와 별개로 유유제약의 오너 2세이자 유 대표의 부친인 유승필 명예회장은 회사의 주식 9134주를 장내매수했다. 또 친인척 유승선씨도 8589주를 사들였다. 이들이 취득한 주식 규모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1억원 정도다. 특수관계자 보유주식량 확대에 따라 유 대표의 지분율도 33.03%에서 33.13%로 소폭 올랐다.
 
이같이 유유제약이 최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는 3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의 ‘경영권 굳히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전환사채(CB)의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CB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는데, 취득한 자사주가 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을 때 저렴한 가격에 자사주를 취득함으로써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된 CB 물량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에 대한 경영진의 주가 부양 의지도 동시에 피력할 수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유유제약이 자사주 매입 결정을 알렸던 9월19일은 지난해 6월 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30회차 CB가 리픽싱 한도에 도달했던 직후다. 회사는 같은 달 15일 해당 CB의 전환가액이 기존 6990원에서 6560원으로 조정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9360원)의 70%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전환가능 주식 수도 최초 320만5128주(16.07%)였으나, 457만3170주(26.54%)로 확대된 상황이다.
 
특히 30회차 CB는 표면금리와 만기금리가 0%로 발행된 데다가 투자자들도 모두 재무적투자자(FI)다. 이자수익 없이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실현만 보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전환청구권 효력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유유제약 입장에선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대규모 CB 물량이 풀릴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유유제약은 이번 자사주 취득이 주주가치 제고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사주를 취득하기 전부터 계속 유원상 대표께서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굳이 경영권 굳히기를 해야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CB 관련해서도 전환권 행사 물량에 대비했다기보다는 최근 제약·바이오업계가 주식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회사의 주가도 저평가됐다고 판단돼 자사주를 취득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